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딱 한가지다. 나는 오펜하이머의 정치적 그리고 과학 행정가로서의 명성 그러니깐 그게 맨하탄프로젝트의 수장으로서의 명성만 알고 있을뿐이었지, 그가 물리학에서 어떤 이론을 만들어내고 확립했는지, 선뜻 알 수 없었고, 물리학史에서의 그의 업적이 확연하게 노출되어 있지 않음에도 그가 어떻게 맨하탄 프로젝트의 수장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신청해서 받았다. 도저히 36,000원이라는 가격이 살림하는 아줌마의 주머니에서 나오기엔 버거운 금액이었기에. 아주 두툼한 900페이지 정도의 평전(참고자료 포함한 전체 페이지는 천페이지가 넘는다)중에서 200페이지 가량 읽었는데, 지금까지어려운 것은 없었다. 아마 작가가 이 평전을 쓸 때 일반인까지도 염두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장은 평이하고 과학 이론과 관련하여 까다롭지 않다. 

 200페이지 정도만 해도 오펜하이머의 물리학적 업적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그는 미래 물리학의 가이드라인 역활을 했다는 것이다. 무척이나 진지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불같은 열정과 정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한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 들 만한 인내력은 없었다. 그의 끊임 없이 샘 쏟는 물리학적 아이디어는 수 많은 논문 발표로 이어졌고 그의 그 논문을 바탕으로 다른 물리학자들이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진득하게 접근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블랙홀 같은 논문. 현재 블랙홀이라고 알려진 것에 대해 그가 발표한 논문에 블랙홀이라는 명칭만 없었다뿐이지 현재 블랙홀 이론과 비슷한 이론을 발표했고 그 논문을 발판으로 다른 천체 물리학자들이 더 진지하게 접근하여 연구를 더 확장하는 그런 물리학자였다.  

예전의 파인만의 평전을 읽었을 때와 사뭇 비교가 되었다, 파인만과 함께 유태인이긴 했지만 오펜하이머의 집안은 부유(단순히 부유가 아니고 억만장자)해서 그 당시 일반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는 천지 차이였다. 파인만의 어린 시절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반면에 오펜하이머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 그리고 삶 전체를 통틀어서 타인이 부러워 할 만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둘다 천재성을 보였으며 다른 것이 있다면 오펜하이머가 문학과 철학을 두루 섭렵한 반면에 파인만은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은 무시했다는 점일 것이다. 아니 싫어했다.

단지 오펜하이머의 저 평전에서 아쉬운 것은 역자의 보충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번역은 잘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물론 저런 과학책을 번역하는 것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므로 충분히 그 자연과학과 관련된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섭렵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방대한 과학책을 섭렵했을 것이고 다른 그 누구보다 많은 지식을 쌓고 있을 것임에도, 번역자가 이 책에서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드러내는 것에는 인색하다. 

오펜하이머의 삶을 읽어내려가는데 있어서 뒷면의 참고자료만으로 부족하다.  뒷면의 참고자료만 백페이지 정도 차지하고 있고 뒤의 참고자료를 참고 하지만, 평전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오펜하이머의 에피소드와 관련된 부분에서 이해 안되는 장면이 꽤 된다. 번역자는 영어 번역만 잘 해야되는 것이 아니다. 그 책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다 그 책에 쏟아 부어야 한다. 기껏 원저자가 참고한 참고자료만 참고하라고 하는 것은 번역자의 게으름이며 직무유기이다.  평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번역자주가 인색한 책은 첨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1-04 12:06   좋아요 0 | URL
갑자기 제일 처음으로 <시간의 역사>를 읽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틀림없이 서문에 호킹 박사님이 공식은 딱 하나만 사용해서 책을 저술했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너~~~무 어려운거예요! ㅠㅠ. 그 이후 아이슈타인 평전 읽을 때는 전혀 그런 부분이 없어서, 내심 안도했던 기억도 있어요.

기억의집 님께선 물리학 지식이 있으신가 봐요, 아우 넘 부러워요. 전 욕심이 나서 일반 과학 분야 책을 좀 사놨는데... 엘러건트 유니버스 250 페이지 읽고 손 든 이후, 3년째 방치 상태랍니다. 후아~

기억의집 2011-01-05 09:24   좋아요 0 | URL
시간의 역사 저도 어렵게 읽었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과학전반에 지식이 있어야하는데 바탕이 없어서 그런지 나중에 포기했던 책이에요.

앗, 저는 일렉트릭 유니버스 읽고 자연과학책에 관심을 갖데 된 경우였어요. 너무 재밌게 읽어서 어, 이거 과학책이라고 해도 읽기 쉽잖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데이빗 버스가 언급한 이야기와 관련된 자연과학책을 읽게 되고 그러면서 도킨스 읽게 되면서 점차 자연과학책의 범위가 넓어진 경우거든요. 전 그 시리즈 다 읽었어요. 너무 재밌어서.^^

마녀고양이 2011-01-05 09:47   좋아요 0 | URL
도킨스는 저두 좋아해요.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흐름 자체가 너무 신기해서요... ^^

좋은 하루 되세요!

기억의집 2011-01-10 23:54   좋아요 0 | URL
근데 도킨스 책 읽으면 그 양반 성격이 꼭 도끼같아요. 어디서 읽어보니 촘스키가 굉장히 무섭대요. 쪽도 많이 주고. 도킨스도 그럴 것 같아요.

2011-01-11 22:27   좋아요 0 | URL
흐흐 시간의 역사는 저희 연배의 도서목록에 다 있군요. (두 분은 저보다 약간 더 선배님들이신듯 싶지만~) 저도 사서 꽂아 놓고 제목만 구경했어요. 펴보지 않고도 어렵다는 걸 느꼈나 봐요.ㅎㅎ

기억의집 2011-01-13 19:41   좋아요 0 | URL
자연과학책은 확 끄는 힘은 없더라구요. 꾸준히 노력해야 읽을 수 있는 책인 것같아요. 과학책 몇권 사다 놨는데 언제 읽을지. 그래도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거의 책 안 사는 편이에요. 겨우 사도 일이만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