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경찰 소설을 좋아해서 요코하마 히데오의 작품을 선호한다. 특히나 그의 냉철한 (경찰)소재를 녹이는 따스한 인간미가 넘쳐나는 결말은 가슴을 후려칠 때가 있어 읽다가 숙연해지곤까지 한다. 이 소설의 단편 <공범자>가 그랬다. 마지막 딱 단 한 줄의 글이 작품 전체와 연결이 되면서 가슴을 후려쳤다. 내 딸이었다면, 내 손녀였다면.  

종신 검시관 구라이시가 암에 걸려 더 이상 사건을 맡을 수 없게 되어 내심 이제 그의 감식반 연작은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어렵사리 여경 미즈호를 감식반에 들여보내는 이 작품을 만나 반갑기 그지 없다.  

그의 작품 속 딸이라고 하는 미즈호가 점차 경찰조직에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사실적이어서  캐릭터에 다가가기 쉬웠다. 주인공 미즈호는 조직내에서 무시당할 때도 있고, 적응하지 못할 때도 있다. 참고 견뎌내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그대로 묘사된다. 독자인 난  미즈호가  남성 조직 내에서 인정 받고 좀 더 우월한, 슈퍼급의 여경이었으면 좀 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텐데..하는.  읽으면서 일말의 희망과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하는 여주인공에 아쉬움을 느꼈다. 작가가 그런 작은 친절을 베풀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쫀쫀하기는. 허나 작가 히데오는 그런 친절은 베풀지 않는다.  

다만 독자에게 미즈호가 조직내에서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것을 권한다. 자신의 말 그대로 미즈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버지 같은 모습이다. 사회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가 그 어떤 자리도 편한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특히나 여자가 남성 위주의 조직사회에서 평등한 입장에서 견뎌내야 한다는 것. 일단 한번 인간관계에 물리면 일이 천직인 줄 알고 헌신을 다 해도 주변 동료와의 편치 않는 관계 때문에 자신의 일에 대해 끊임없은 회의와 부정이 또아리를 틀고, 결국 일이 아닌 사람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에, 남성 조직 사회에서의 미즈호가 겪어 낸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는 그녀가 마침내 검시관으로 다시 들어가는 장면에서 더 리얼하게 다가온다.      

조직 생활을 혹독하게 경험한 나로서는, 상사의 송곳니같이 날카로운 말 한 마디에 힘 들어하는 이웃같은 캐릭터에게 조직 생활이 투영이 되고 어느샌가 응원하고 싶어진다. 여자였기에 무시 당했던 것들, 그래 잘 참았다고, 말이다. 한 여자가, 한 여경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각각의 에피소드가 마침내 끝을 맺을 때, 이제 시작이다. 미즈호~ 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이제 그녀의 좌충우돌하는 또 다른 에피소드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왜 히데오가 그녀를 슈퍼여경으로 그리지 않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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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0-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드라마도 되게 재미있어요. 음.. 그러니깐, 좀 매니아틱하기는 하지만, 푸르딩딩한 분위기가 있는 잘 만든 경찰드라마지요.

주인공이 오다기리 죠와 나카마 유키에 이기도 하구요.

기억의집 2010-10-13 15:24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도 지난 번에 언급하셨고 다른 분도 이 일드 언급하셔서 토토에서 검색 실패했는데, 지금 주연여배우 언급 하셔서 혹 싶어 나카마 유키에 쳤더니 있어요.

하이드님 고마워요^^
책에는 에피소드가 몇 개 안되는데 드라마는 11회까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