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떨 땐 내가 미친년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이런 때, 이번 베니티 페어 9월호 표지 장식이 야성미 넘치는 이뉴야사 모습을 한 레이디 가가길래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덥석 물었을 때. 더불어 하루키 인터뷰가 실린 문동도 함께.  

5% 할인해서 2만원하는 잡지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구입할만큼 당신에게 레이디 가가가 대단한 인물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그 때는 그랬다,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잡지 속 인터뷰(이걸 인터뷰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기자가 가가와 인터뷰한 것을 요약한 내용이라고 해야할지)가 어떤 내용이었을까, 궁금했고 베너티 페어 기자의 취재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이나 외국이나 잡지기사라는게 뭐 뻔하디 뻔한 그런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가가에 대해 알려진 내용들을 정리한 수준. 심층적인 인터뷰나 취재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대이하의 기사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레이디 가가를 단순히 퍼포먼스에 능한 이슈메이커쯤으로 알고 있지만, 그녀를 둘러싼 세계를 좀 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게...그녀를 단순한 이슈메이커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녀의 별나고 파격적인, 반사회적이고, 진보적인 퍼포먼스와 정치적 행보는 하루키가 이번에 문동에서 말한 세상의 클로즈드 서킷을 조금이라도 오픈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 25살의 이 청춘발랄한 아가씨는 그 동안 그 누구도 그 나이때에 감히 해 보지 못했던 퍼포먼스와 반사회적 가치 그리고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이 열린 세상이었기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세기보다 사회가 열렸기 때문에, 그녀의 반사회적 가치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그러나 우리가  점점 더 열린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던, 그 열린 사회의 촉매제는 바로 레이디 가가같은 대중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어필된 영향력을 대중들에게 일반화될 수 있는 그런  것.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엉뚱한 생각을 하곤 하는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세상의 몇 %나 읽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다. 지난 번에 인내하고 또 인내하면서 끝장을 넘긴 <주문을 깨다>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아주 단순했다. 그래, 내가 이 지구상에서 이 책을 읽은 0.1%안에 들었구나, 하지만 0.1%의 독서가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가 없잖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깐 신이 없다는 것을 아무리 타인에게 애를 써가며 이야기를 해도 소귀에 경읽기란 말씀. 일단 지배적인 종교관이나 인식론이 너무나 팽배해서 호킹처럼 물리학적으로, 도킨스처럼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데닛처럼 철학적으로 신이 없다,는 것을 읽고 아무리 떠들어도 현재 지배적인 틀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내 말이 씨알이 먹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베이스적으로 신이 없을 수도 있다,라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어야 가능한데, 사실 우리는 이 쪽면에서는 종교적, 사회적으로 클로즈드 되어있고 만일 신이 없다,고 했다고 대 놓고 말했가는 따귀맞기 일보직전이기 때문이다. 

신이 없다,라는 사실을 철학적으로 설명한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일반 대중이 읽기에 너무 어렵다.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혹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이래 가지고는 신이 없다라는 사실을 대중적으로 인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모든 사회적인 현상들이 책에만 서술되어 있다면, 그 영향력은 그렇게 크지 않다.  

킹 목사의 대중적인 집회(어느 정도였나하면 미드 콜드 케이스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한 흑인소년이 킹목사의 대중연설을 듣기 위하여 먼 길을 떠나는 도중 그런 모습에 고까워하는 백인들에게 살해당하는, 그만큼 그는 많은 흑인들을 모아 놓고 대대적인 연설을 하면서 그들의 권리를 일깨운다)가 성공적이었기에 나는 인종차별법이 톹과 되었다,라고 생각한다. 게이 운동이나 페미니스트들의 드러내 놓고 대중적인 활동을 벌였기에, 나는 그들의 권리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영역과 지지를 얻어 냈다고 믿는다. 단순히 책에 쓰여진 이론만으로 끼리끼리 논할 들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천하의 마돈나가 80년대초반에 나올때만 해도 그녀의 뮤직 비디오는 남자한테 순종적이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렇게 페미니즘운동이 70년대 박차를 가했어도 80년대 초중반하더라도 대중적인 영상매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마돈나가 쇼비즈니스계에서 부를 획득하자 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남성위에 군림하는, 지배적인 권력구도를 뮤비의 영상을 통해 바꾸어 놓는다. 그녀의 이러한 권력재편성 뮤비들 이후, 남자한테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영상(그게 뮤비든, 영화든지간에)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제 여자는 남자와 비슷한 동등의 입장으로 묘사되거나 지배적인 입장으로 묘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웃기고 있네. 마돈나가 뭘 별 거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미국 대학의 학위논문으로 마돈나가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논문을 90년대,2000년대에 얼마나 많이 써 냈는가를 확인해보시길). 수십년 동안 여성운동에 몸 바친 페미니스트들이 그렇게 바라던 지배구조가 단숨에 마돈나의 대중적인 뮤비의 파급효과로 인해 확 바뀌어버렸다는 사실만 하더라도 우리는 대중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돈나가 뿌린 씨앗의 토양위에서 자란 세대가 바로 84년인가 85년생인 레이디 가가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나는 가가를 덜 떨어진 아이, 혹은 이상한 애 취급했는데, 그녀의 음악을 듣고 나서 그녀의 정치적, 사회적 퍼포먼스가 이해되었다. 매일매일 그녀의 웃기는 퍼모먼스가 기다려질 정도. 일반적으로 완전히 다른, 색다른 그녀의 모든 행동들은 벌써 다른 연예인들에게 미치고 있다. 그녀가 우리나라에선 인기가 없다고 해도 그녀의 일부를 카피캣한 연예인들이 있다고 것만해도 우리는 간접적으로 그녀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것이다. 마돈나조차도 30대에 넘어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주장을 한 것에 비해 그녀 나이 20대 중반. 세상을 바꾸기에는 어린 나이지만 그녀는 벌써 세상을 서서히 바꾸어가고 있다. 트윗 팔로우 전세계 천오백만명. 트윗 팔로우 1위를 차지 하고 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이다. 노래 Alejandro를 통해 종교를 공격하고 동성애를 지지하는 자리에 거침없이 나아가 연설하고 자기권력의 파워를 통해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현재 가가의 위상이다.  

혹자는 나에게 그녀의 반종교적이고 반사회적인 가치의 퍼포먼스가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세상에 완전한 사회는 없다, 는 것이다. 완전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오픈은, 하루키가 말하는, 닫힌 회로를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보수화된 사회나 종교화된 사회가 최고의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쪄죽겠는 더위에 챠도로로 온 몸을 칭칭 감은 이슬한 여성의 종교적 억압이 다원화된 사회라고 포장되어  인정되는 분위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남성우월사회, 자유연애를 죄악시 하는 사회나 낙태를 종교적 죄책감으로 몰아부치는 사회.. 이 모든 것이 남성의 초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나온 발상 아니었던가. 좀 더 자유로운, 열린 세상을 위해선 우리는 클로즈드 서킷의 회로를 열어놔야하고 대중적 아이콘의 등장이야말로 그 회로를 활짝 열어제낄 수 있는, 세상을 움직이는 기반이 아닐까 싶다.    

 


댓글(7) 먼댓글(1)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가가 울랄라(2)~
    from ^^ 2012-05-15 16:55 
    레이디 가가가 트윗(그녀의 트윗 팔로워는 현재까지 2300만명정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수를 가지고 있다)으로 2012년 월드투어"The Born This Way Ball"를 4월 27일 한국부터 시작한다는 말에 눈이 번쩍, 귀가 쫑긋. 가가의 열혈팬인 나로서는 그녀의 라이브를 한번쯤은 보고 싶다,라는 소망(?)은 가지고 있었던 터라, 가가의 월드투어 티켓 예매일날만을 기다렸다. 가가의 인터넷 티켕팅 당일, 까막게 잊고 다음 날 부랴부랴 들어
 
 
다락방 2010-09-13 13:12   좋아요 0 | URL
전 아직 가가를 좋아하진 않고 있지만 마돈나는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기억의집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갑자기 막 신나졌어요. 마돈나가 부를 획득하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해내는것이 뿌듯해져서 말이지요.

하루키 인터뷰 때문에 문동계간지를 살까말까 하다가 아직 사지 않고 있는데, 기억의집님, 하루키 인터뷰에 대해 좀 더 써주시지 그러셨어요. 아흑, 궁금해요, 궁금해! ㅠㅠ

기억의집 2010-09-14 09:11   좋아요 0 | URL
문동의 하루키인터뷰 유익했는데 사실 저는 하루키 인터뷰 이외에는 별로 흥미로운 소설이나 글이 없어서 돈 아까워요. 평소에 전 문예지는 안 보거든요. 이번에 하루키때문에 사긴 했는데.. 저 두꺼운 문동을 보면서 나에게 유익한 페이지는 저 것밖에 없다니,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신경숙 인터뷰가 읽길래 잠깐 읽어봤는데..웃겨서..완전 아부도 그런 아부가 없더라구요. 읽다가 말았어요. 휴~~

가가 음악 괜찮은데...혹 워낙 요란스런 이슈때문에 그런 것 일까요? 그런데 음악 취향은 다 달라서..이 것도 지문만큼이나 개개인이 다 다르더라구요^^

다락방 2010-09-14 10:12   좋아요 0 | URL
아, 가가는 지난번에 올려주셨던 telephone 잘 듣고 있어요. 요란스런 이슈나 그런것 때문에 싫다거나 하진 않구요, 그저 아무 관심도 없다고 해야 할까요? 왜, [댄스댄스댄스]에서 하루키가 초콜렛에 대해 말하는 것 처럼요.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런거에요.

저도 하루키 인터뷰 말고는 제 흥미를 끄는게 없을 것 같아 사지 않았는데, 흐음, 그렇단 말이지요? 그럼 저는 하루키 인터뷰를 포기할래요. :)

2010-09-13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4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4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5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