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디언 : 최초로 기록된 전쟁은 BC 2700년이었네. 아마도 그 전에 있었겠지. 하지만 그 땐 아직 표기법이 발명되지 않았네(You know, the first reported war was....BC2700 Probably earlier wars,  but.....Writing hadn't been invented yet) 

하치: 거의 5000년 동안 서로를 죽인 거였군요(Almost 5000years of killing each other) 

기디언 : 인류가 지금까지 잘해온 일 한가지지(One thing human beings have been consistently good at).    미드<크리미널 마인드> 중에서 

이제 캐서린 비글로우를 언급할 때마다 최초의 아카데미 여성감독이라는 수식어 딱지가 붙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여자가 아카데미 감독상을 첫 수상했다는 기록은 캐여제의 단순한 개인의 기록이 아닌 영화사의 미래에 큰 변혁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 없다. 게다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를 제치고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거머쥐었으니, 그는 아마도 몇 년동안 헐리우드 자본의 비열한 틈바구니 속에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맘껏 제작할 수 있는 자유쯤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아카데미가 선정한 최고의 작품인 허트 로커는 여성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어떤 전쟁 영화보다도 잘 만들어졌다는 리뷰어들의 평에 동의한다. 오히려 그는 웬만한 남성감독들보다 더 남성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서 그런지 그의 블루스틸이나 웨잇 오브 워터를 제외한 그의 작품이력을 볼 때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스케일의 선 굵은 연출이었다. 아마 그의 이러한 작품 경향은 남성감독들과 겨루고 싶어했던 오기와 배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뭐 어째든 허트 로커는 캐여제가 아니었다면, 다른 여성감독아니 웬만한 남성 감독도 집적될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캐여제의 놀라운 연출 솜씨에 의의를 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아쉬웠던 것은 그와 각본가인 마크 볼의 전쟁을 보는 시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미국과 이라크 전쟁을 다룬 아니 좀 더 한 폭발물 제거반의 팀장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 제 3세계의 시선은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가당찮은 것인지 나 자신에게 반문해 보았다.  

 미국이 왜 이라크를 침공했는지, 이라크인들이 왜 미군을 죽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제폭발물을 설치하는지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 영화는 잔가지는 모두 쳐 내고 몸통만 보여준다. 그게 그의 연출력의 큰 장점이지만, 난 그에게 묻고 싶다. 과연 전쟁이 중독이 될 수 있는 것인지. 폭발물 제거반EOD의 팀장인 제임스(제레미 레너)가 중독된 것이 전쟁인지 아니면 폭발물의 선을 끊는 순간 생사의 기로에서 자신의 생존을 확인했을 때 솟구치는 희열(아드레날린)에 중독된 것인지를.    

전쟁의 명분이 무엇이든지 간에 수 천년 동안 인간은 전쟁을 해왔고 하고 있으며 할 것이다. 최초의 전쟁이 무슨 전쟁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영토확장이나 종교 전쟁은 의외로 수 십만명의 사망자를 남기지 않고 지금처럼 기술의 발달로 인한 폭격의 전쟁은 아니었을 것이며, 아.마.도 작은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유럽의 세계 1차 대전이후, 전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로마의 휴일의 각본가인 달톤 트럼보는 그의 37년작  Johnny got his gun이란 작품에서 1차 세계대전은 여름축제처럼 시작되었다,라고 서문에 썼다. 그 축제가 수 많은 사람들의 손과 발이 잘리고 수 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후에야 전쟁의 잠혹함을, 심각성을 알았다. 전쟁이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이 목검을 들고 상대방을 가짜로 찌르는 영토확장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1차 세계대전 이후, 2차 세계대전발발 기간 동안 기술의 발달은 악을 익명화했다고 다이슨은 말한다. 폭격, 비행기를 타고 떨어뜨리는 폭탄은 수 많은 비무장한 일반인들을 죽였다. 집에서 뜨개질을 하는 사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쇼윈도우를 보던 사람, 아이와 함께 길을 걷던 사람, 동생과 장난치던 아이등등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당하는지 모른 체 비무장한 일반인들은 비오 듯 쏟아지는 폭탄에 맞아 순신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조종사는 기술이 가져다 준 대량 살상 무기가  정확히 누구을 살해했는지도 모르는 체, 그 어떤 죄책감 없이 폭격했고 다시 부대로 돌아왔다. 그들에게 선택의 권한이란 있을 수 없으니깐.

아니 죄책감이라는 없다,는 말은 내가 문장을 위해 지어낸 말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본 이미지들, 폭격을 하고 돌아와 영웅 대접 받는 환한 미소로 답하는 남자주인공들의 이미지에서 빌려온 것일 뿐이다. 참전 용사들은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저 달톤 트럼프의 소설 속 등장인물인 조는 끝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게 괴로워한다. 전쟁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트라우마라는 이름하에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20세기 후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베트남에서 돌아온  참전 용사들의 트라우마는 전쟁의 속성을 다시 들여다 볼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수천년의 역사 기록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아마 지구 역사상 권력자에 대항하여 처음으로 격렬한 반전운동이 시작되었다. 지구 곳곳에서. 민주주의 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지 말라. 권력자의 레일로 쭉 뻗었던 역사는 삐끗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수 천년동안 전쟁을 일으키고 수 많은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전쟁이 한 개인에게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반 세기도 되지 않는다. 처음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의 참정용사의 트라우마를 적나라게 드러난, 그 동안 쉬쉬하면 숨겨 온 전쟁의 트라우마를 까 발리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획기적인 의식의 전환을 가져다 준 것은 영화였다. 지옥의 묵시록,디어헌터, 플래툰야곱의 사다리등    

이라크에 참전중인 군인들의 전쟁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를 잘 표현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밌는 놀이(이 영화를 보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거에요)를 하듯 군대로 복귀한 마지막 장면에서의 제임스의 미소는 몇 십년도 안되는, 베트남 전쟁에서 시발점이 된 모든 반전운동의 노력을 무력화했다. 전쟁은 중독이 될 수 없다. 그건 한 개인의 파멸이 아닌 다수의 익명의 사람들까지 파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이다, 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여도,  이 영화에 기꺼히 한표를 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카메론의 아바타에게 한표를 던지겠다. 두 영화 다 전형적인 헐리웃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리고 여전히 제국주의 시각은 남아있지만, 어둠의 속을 도려낸 것은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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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5-03 11:32   좋아요 0 | URL
음 역시 비글로 전쟁이 뭔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토요일에 아이언맨 2를 보다가 미국..이라는 나라 세계를 구하는 메시아로 착각하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헐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의 일종의 그런 신념으로 뭉쳐진 종교집단 같다는 생각이... 슈퍼맨,아마겟돈을 보면 미국...못하는거 없이 만능 로봇 태권브이 에요. 투자자들은 일본 자금을 가져다 쓰고...

기억의집 2010-05-03 13:49   좋아요 0 | URL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독립영화이긴 하지만 진짜 잘 만들어졌고 흠 잡을데 없어요. 스컷님, 이 영화 한번 꼭 보세요. 여자가 만들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남성적이에요. 근데 저는 저 위에서도 말했지만, 전쟁이라는 주제를 말할 때 제3세계인 나의 시선을 들이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아요. 싸움은 미국과 이라크니깐요. 사실 저는 중립의 시선을 두고 보기보다는 좀 더 피해국의 입장에서 봤는데.... 비글로와 각본가인 마크 볼의 전쟁은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차라리 카메론의 아바타 주인공은 그들 부족에 편입이라도 되죠. 자신의 세계를 버리고 그 쪽 세계에 동화되는 것이잖아요. 전 카메론의 영화가 비록 오락영화이긴 하지만 진보적인 세계관을 열어 놓는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