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2009-10-15
기억의 집님. 오늘 올리신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일단 책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그 책에는 실제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의 이모가 나와요. 이모는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는데, 과거는 기억하면서 현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죠. 무슨 말이든 행동이든 금세 까먹는거죠. 반면 주인공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잊고 싶은데 잊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구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을 어차피 내일이 되면 다 잊을게 뻔한 이모한테 말하는 거에요. 이모의 기억에는 빈자리가 있고, 주인공은 기억에 빈자리를 만들고 싶어서, 그래서 그런 제목이 된게 아닐까 저는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억의 집님.
아, 정말 엉망인 선생님을 만나셨었군요. 그것도 그 어린 나이에. 읽는데 너무 마음이 아픈거 있죠. 따귀를 때리는 것은 어른한테 해도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것인데, 그 어린애한테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걸까요? 선생님이 아이를 떄릴때 그것이 사랑의 매라고 하는건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에요. 저는 선생님들이 '선생'이라는 명분하에 제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그들이 아이를 때릴 때 보면 제 분에 못이겨서 때린다는게 여실히 드러나죠. 중학교때 같은 반 아이가 껌을 씹다가 담임선생님께 걸렸는데 몽둥이로 온 몸을 때리더니 나중엔 몽둥이를 던지고 따귀며 머리를 미친듯이 때렸어요. 네, 정말 그 순간 담임은 미친년으로 보이더군요. 정신을 잃은 것 같았어요. 가끔 어른들은 아이를 때릴 때 이성을 잃는 것 같아요. 이건 이 아이가 잘못했으니 벌을 주는거야, 가 아니라 때리다 보니 그 탄성으로 더 때린달까요. 아, 정말 싫어요.
저 역시 그 담임에게 안좋은 기억이 있어요. 저는 살면서 미움을 받는다는게 이런거구나, 했던 걸 그 담임한테 처음 느꼈었어요. 사실 그것말고도 성추행을 비롯해서 제게서도 잊혀졌으면 좋을 기억이 몇 개 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그런 기억이요. 그런 어른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제가 지금과는 좀 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물론 저는 여전히 이런 저일수도 있겠지만요.
기억의 집님, 기억의 집님은 좋은 어른이 되어주세요. 너를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니, 하면서 무조건 따귀를 날리는 어른이 아니라 너를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니, 하면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주세요. 우리 좋은 어른이 되기로 해요.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혹은 어른들에게도)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내뱉거나 행동을 하지는 않기로 해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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