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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짜리 집 ㅣ 100층짜리 집 1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6월
평점 :
이 책 딱 보고 엄마들한테 인기대박일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단번에 중간 순위 거치지 않고 유아책 인기챠트 1위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평소 심심하면 들여다보는 일본 아마존에서 이 책은 언제나 베스트 순위에 올라 와 있어 어떤 책일까 궁금은 했었다. 교육적인 면에서 알파벳 그림책과 함께 그림책 작가들에게 인기 있는 소재가 카운팅 북이지만, 이 책, 일본 아마존 베스트 셀러 검색에서 처음 봤을 때, 100이라는 글자만 눈에 보여 카운팅 북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카운팅 북은 1~10까지 한정되어 있어, 설마 100까지 카운팅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1~100까지의 카운팅 북은 이 책이 최초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아이들은 1~10까지는 너무나,너무나, 너무나 잘 센다. 장난으로 누가 더 빨리 세나!하고 내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1,2,3,4,5,6,7,8,9,10 하고 숨도 쉬지 않고 한꺼번에 토해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재밌고 사랑스러워, 또 한번 장난스럽게 시키면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더 열심히 숫자를 숨도 안 쉬고 토해낸다. 자, 그러면 일단 10까지의 숫자 걱정 끝! 그러나 문제는 10 이후의 숫자다. 아이가 나이가 차면 숫자가 점증적으로 하나씩 늘어난다는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1~10까지 잘 세다가도 1~100까지 세기할 때 보면, 중간에 숫자 하나를 꼭 빼 먹는다. 1-10까지 숫자를 잘 세었으니깐, 10단위씩 끊어도 문제 없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둘째는 숫자를 잘 세다가도 18을 빼먹었다. 빼 먹은 숫자를 지적하면 다음 점증하는 십단위에서는 제대로 세지만, 처음부터 숫자세기를 하면, 여지없이 18을 빼먹는 것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랬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라 숫자를 빼 먹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이 책을 받아든 순간, 이 책이 작년에만 나왔어도 참 좋았을 것을, 하고 약간의 안타까움은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아이들이 숫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나중에 다 잘합니다. 숫자 못 센다고 구박마세요).
이 책을 통해 짐작해 본건데, 62년생의 두 딸을 둔 이와이 도시오는 아마도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보통의 작가들이 100까지의 카운팅 북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에 비해, 이 작가는 자신의 두 딸을 위해, 다른 아이들을 위해, 이런 카운팅 북을 생각해냈으니 말이다. 이 책은 10단위씩 끊어서 10개의 동물들이 등장하며 세로로 길게 볼 수 있도록 뽑아냈다. 이 책 받기 전에는 당연히 병풍책으로 길게 늘어서 1~100까지 이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책 형태는 세로로 길게 뽑아 각층은 동물들의 오밀조밀한 모습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림은 컨츄리 풍으로 따스하고 색도 튀는 거 없이 무난하다.
동물들이 사는 집 형태는 십단위씩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아마 동물들이 사는 집모양 때문에 과감히 병풍책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줄로 쭈욱 늘어선 모양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십단위씩 다르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을까! 난 아무래도 이상해. 별 것 다 엉뚱하게 짜 맞추고.....여하튼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 도치가 거미왕자와 조우하고 커다란 현미경으로 밤하늘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장면일 것이다. 다른 분 말씀대로 장면은 시원스럽고 우주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가가 그 속에 그린 100층의 기계장치는 아이들에게 우주 탐사라는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가 신경을 많이 쓴 그림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책, 그림책은 한번 베스트셀러는 영원한 베스트셀러라는 그림책 시장의 공식을 또 한번 확인시켜주는 책이 될 것이다.
덧 : 참 그리고 이 참에 아이들하고 딱 100층짜리 건물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봤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존 핸콕 센터가 100층이라고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