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즐거움>을 리뷰해주세요
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지난 번에 <크리미널 마인드> 미드보다가 그 드라마에서 "젊어서 배우고 나이 들어서 이해한다" 란 말이 나와 기억해 둔 적이 있다. 그 때 미드를 콜케니 ncis니 해서 뒤죽박죽 보는 바람에 정확히 몇 에피소드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젊어서 배우고 나이 들어서 이해한다라는 말은 확실히 기억한다. 좋은 명언이라서가 아니고 이제 나이가 들어서 체험적으로 그 말이 깊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계속 기억 속에 담아두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 어쩜 그 말과  의미와 목적에 딱 들어맞는지. 

처음 이 책 받아봤을 때, 당근 난 이 책하고 전혀, 네버, 결코 궁합이 안 맞을 것이라고 미리 짐작했었다. 오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여! 이 책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휠씬 더 나한테 착착 감기는 거다. 솔직히 충격받았다. 김열규 선생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이 나이에.... 아직 이쁘고 젊고(맨날 날 뚱땡이라고 놀리는 애아빠, 이 말에 쓰러지겠지만!) 어디 나가면 애기엄마라는 소리까지 듣는 나에게, 이 무슨 놀라운 책궁합이냐고요! 처음엔 부정하려고 했었다. 말도 안돼! 나이 차리가 근 40년인데.... 어떻게 김열규 선생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느냔 말이다, 하고 말이다. 이 책의 책 부제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노년의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말 그대도 노년이라는 말은 나한테 너무나 먼 십억 광년의 거리에 있는 시간의 개념이었기에, 가슴 뛰는 노년의 삶은 나에게 너무나 먼 원거리의 개념이었던 것이다. 

김열규 선생이 이 책에서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꼭 노년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내 노화가 일찍 와서 그런지..........그의 행복한 노년을 위한 5禁과 5勸은 노년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소리와 군소리를 삼가라, 노하지 마라, 기 죽는 소리는 하지 마라, 노탐을 부리지 마라, 어제를 돌아보지 마라라는 5금과 유유자적, 큰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라,달관 두루두루 관대하라, 소식, 소탈한 식사가 천하의 맛이다, 사색, 머리와 가슴으로 세상의 이치를 헤아려라, 운동 자주 많이해라라는 5勸은 지금 나에게도 해당되는 금쪽같은 조언이다.  좀 더 세상을 여유롭게 관대하게 깊이 조망할 수 있다면, 인간관계 특히나 부부나 자식관계의 간극은 좁아질 수 있다. .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맘의 커다란 테두리를 만들라는 것이고, 맘 속에 만들어진  그 커다란 테두리는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듦에 대한 조언은 노년을 잘 살 수 있는 비결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잘 살 수 있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사람에게는 언어를 배우는 어떤 특정적인 시기가 있듯이, 놀이나 감성 이런 것에도 즐거움을 누리는 특정적인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에 큰 애가 동네에서 잠자리채 들고 나가 잠자리 한마리 잡아 와 동생하고 신나하는 모습 보면서, 뭐가 그리도 재밌을꼬! 싶었다. 기껏해야 잠자리인데...아이의 기분에 동참해 주어야하는데, 겉으로만 놀라는 척 했다.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어른인 나에겐 아이들의 놀이는 정말이지 재미없어 보이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 8년 동안 다닌 놀이터도 나에겐 고역이었다(이제서야 해방!). 시소니 미끄럼틀이니 하는 놀이기구들을 타면서 아이들은 익사이팅한 하루를 보내지만, 나이 들면서 그런 놀이 기구에 대한 재미는 사라진다. 점점 정적인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노년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이들이 아이들만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듯이, 노년도 노년만이 가지고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김열규 선생은 아주 작은 곳에서 즐거움을 찾아내었다. 몸을 움직여 땅을 일구고 나무를 키우고 감상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즐거움. 이런 작은 즐거움은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소박하고 평등한 즐거움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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