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지그재그 6
히가시 지카라 글.그림, 김수희 옮김 / 개암나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 나라에 인기 있는 일본그림책 작가들의 연령대가  이제는 대체로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정도 된다. 그네들이 젊은 시절에 그린 그림책의 감성이 꽤 오랜 동안 타국에도 통했다는 것은 순수한 아이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그림책에 담아낸 것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림책 시장의 보수성도 그들의 오랜 인기에 한 몫 거든 것 일 수도 있는데, 그러다보니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이 판매에 안정빵인 고령의 작가들에 치우쳐져 있다. 일본 아마존에 들어가 베스트셀러 훑어보면 인기면에서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은 없고 최신 판매되는 그림책을 검색해 표지가 신선한 작가를 클릭한다고 해도 일본어를 모르니,  현재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은 어떤 경향을 띄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반갑게도 히가시 지카라라는 젊은 일본 그림책 작가의 그림책이 발간되었다. 히가시 지카라는 72년 생, 30대 후반이다. 이 작가의 <집으로 가는 길>을 아이들하고 읽으면서, 일본 그림책 작가들 특유의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을 끌어내는 것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알 수 있지만, 아이들은 길바닥에 그어져 있는 선이나 색깔있는 보도블록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하얀 선이 나 있다면 그 하얀 선만 밟고 간다든지 아니면 색깔있는 보도 블로만 폴짝폴짝 뛰어간다는지, 아이들만의 놀이 방식(자기네들은 모험가라도 된 듯이) 있다. 우리 딸이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체험이 그대로 그림책에 드러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에서 주목할 것이 그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보편성을 끄집어 낸 거 말고 또 하나 있다. 장면의 앵글이다. 이 그림책은 영상세대의 그림책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미지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 100편은 1000권의 책을 읽은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세대 어쩌면 다음 세대의 그림책은 이런 영상적인 힘을 가진 그림책이 대세가 아닐까 싶었다.  이 그림책에서 하늘이가 집을 향해 발돋음하는 장면에서 작가는 하늘에서 가까이 내려다보는 클로즈업을 쏘다 다음 장면에서는 시점은 하늘 높이 올라가 롱샷으로 잡았는데, 그림책의 장면 전환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 거 같았다고나 할까. 보기 드문 아주 재밌는 표현이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작가는 아이들의 아슬아슬한 모험심을 담은 장면도 평면화 처리하기 보다는 입체처리를 해, 아이들에게 아슬아슬한 묘기타기를 즐기는 것처럼 감정이입화했다. 작가가 아이의 상상력에 도움을 받았을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미지들을 보는 것은 즐겁다. 그게 영화든 그림책이든간에.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책에 식상할 만한 하면 나타나 자극제가 되어주는 이런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그림책이 있어, 어쩜 나이가 들어도 영원히 그림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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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7-0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을 다음엔 꼭 사려구요~

기억의집 2009-07-06 16:11   좋아요 0 | URL
전 이 그림책 사자마자 읽고 보고 너무 괜찮았어요. 요즘 일본그림책 작가들의 경향도 알 수 있고... 그림책 좀 그만 사 들여다지 하는데..자꾸 이런 책들이 유혹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