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리뷰해주세요.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전 노사모인 애아빠를 만나기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지지자였습니다. 아니 지지라기보다는 뻣속부터 보수적이고 치맛속까지 한나라당인 부모님의 정치적 보수성과 지역적 편견을 그대로 담습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젊은 날, 저에게 정치적 중립이나 정치적 소신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 투표권이 주어진 날조차 부모님이 찍으라고한  한나라당 후보에게 귀중한 한표를 행사를 할 정도였으니깐요. 분명 정치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알만한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선택권은 부모님의 정치적 성향에 의해 결정되었던 것입니다. 그 알만한 나이에 왜 그랬어?라고 물으시면, 전 정말 아~ 부끄러워 더욱더 얼굴이 화끈화끈거린다는.

중고등학교 시절 시내에서 바람을 타고 변두리까지 날아오는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수업을 했고, 격렬하고 가슴 들 뜬 민주주의 성과를 이룬 6.10항쟁을 10대 후반에 직접 체험한, 슈바이츠가 말한 한 세대 전체의 운명을 체험한 세대이지만, 젊은 날의 후진 정치성향을 보인 것은, 일상의 정치와 당면해 있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연결하기에는 저의 정치적 그리고 역사적 의식의 미성숙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던 좁은 사회생활도 한 몫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습죠? 투표권이 주어졌다면 제법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제법 알았을 법한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부모님의 정치성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필경 구차한 변명한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가방끈 짧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빴던 부모님이 정치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평생동안 그 분들은 떠돌아다니는 소문만을 귀 담아 듣고 편집광적인 미디어의 놀음에 놀아난 것뿐일텐데. 오히려  제법 책도 읽어 인문적 소양도 쌓였던 제가 한나라당같은 당에 지지를 보내고 투표를 한 것이 더 문제인거지요. 지식과 현실의 괴리가 바로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그럼 우파 지식인들은 뭐냐?고 반문하겠지요!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지 싶습니다. 평생 그렇게 살다가 죽던가 말던가!)

여하튼 한때 한날당에 적을 두고 있었다는 것에 수치스러움은 최규석의 100도를 읽으면서 더욱짙어져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6.10 민주 항쟁에 대한 자료는 그렇게 많지 않고 있다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읽히는 글이 아니어서 그런지 애써 민주항쟁에 대한 글을 접하지 못했던 저로서는 6.10민주항쟁운동을 만화형식으로 풀어 낸  최규석의 100도씨는 현재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던 책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자유와 민주주의의 성취는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어부지리로 획득한 것은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은 권력자가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루어 낸 민주주의라는 것을 말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안위를 버리고 거리로 나와 함성을 이루어 내던 날, 저는 tv 화면에 나온 수 많은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았을 뿐이었습니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만약에 민주화 운동과 민주항쟁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노무현같은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겠지요. 그리고 노통이 있었기에 민주화운동과 민주항쟁이 제대로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최규석같은 만화가가 있어 6.10 민주항쟁은 우리의 기억 속에 빛을 발하며 역사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진보니 보수니 이런 단어보다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탐욕스런 권력자들에 의해 폄하되는, 5.18 광주항쟁이나 6.10 민주항쟁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었던 가치있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최규석, 당신이 있어 고마워! 

그리고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제가 제일 부러운 것은 부모와 자식간의 정치적 타협입디다. 반공소년 영호는 대학에서 자신이 배운 반공의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부모와의 정치적 이견때문에 현실참여문제로 갈등을 합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외면하지 않고 5공 정부에 저항을 하기로 결심하죠. 그의 부모는 자식의 변절(?)에 분노를 느끼지만, 아들 영호가 감옥에 가자 현실을 바로 보며 반정부 시위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6.10 민주 항쟁을 인정합니다. 어쩌면 영호의 가족처럼 정치적 문제로 부모와의 갈등은 이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족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전 친정모와 시모에게 정치이야기는 피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노통때문에 거의 의절까지 갈뻔한 사건도 있고 해서 정치이야기는 서로를 위해 거의 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저는 엄마(시모)를, 엄마(시모)는 저를. 정책를 비판하는 것이 아닌 지역색과 인신공격의 말은 흘러 듣습니다. 수 백번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해도 한날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서되는 친정모를 이해 못하지만, 차마 정치적 이견이 있다고 해서  가족간의 의절은 못하겠더라구요.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로 가족간의 의절은 아니다싶었구요. 하지만 고집불통의 두 분의 한날당 지지는 정치에 대한 회의와 왜 우리 가족은 정치적 화합을 이루어내지 못할까하는 회의감도 들기도 합니다. 정치적 이견이라는 수평적 간극은 간극대로 껴안고 살아가야겠구나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니깐요. 최규석의 가족간의 정치적 화합이 내러티브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장치일 수 있겠지만, 언젠가 저 또한 가족간의 정치적 화합을 염원해봅니다.  

슬슬 꿈틀대는 이명박독재에 맞서 거리에서의 활발한 시위 보면서, 희망은 살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대한민국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할 민주공화국이라는 유산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이 책은 찐하게 말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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