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팔순 생신을 위해 집과 가까운 워커힐 호텔 뷔페에서 온 가족이 모였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모임이었다. 특히나 아들이 사오년 만에 온 가족이 만난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아이들이 크면서 수능 준비을 위한 것도 그렇고 우리집 아들처럼 수능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공부하기 위해 일본 현지에서 재수하고 입학 하는 과정에 있다보니 언니네 가족, 동생네 가족이 다 모여 밥 먹은 것은 오랜 만이다.
게다가 큰 조카가 내년 초에 결혼을 해서 조카의 여친 상견례까지 곁들인 자리였다. 감개무량하면서 기분이 야릇했었다. 우리 조카가 이렇게 다 커서(27살) 결혼을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이제 결혼할 조카 그리고 성인이 된 아들딸을 두었구나 하는.. 나이 반평을 어제만큼 실감한 적이 없었다.
나는 사년 정도는 애들 학비나 생활비를 뒷받침 해 줘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탈은 꿈도 못 꾸겠지만, 자식을 위한 삶도 나름 괜찮긴 하다. 각자의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가길. 4,5년 후에는 나도 내 인생 개쳑해 나갈 거니깐.
난 어렸을 때는 오십 지나면 인생 끝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오십 넘어보니 아직도 살아야 할 날이 많다는 것을 엄마의 팔순 생신에 더 깊히 와 닿는다. 아직도 내 인생이 삼십 정도(사람 인생 알 수 없지만) 남았다 치면, 작은 과학 책방 정도는 꾸려야 남은 인생 나를 위해서 뭔가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랜 만에 즐거웠던 엄마의 생신이었다. 엄마와 뷔페를 나오면서 엄마가 엄청 작아졌다는 것을 깨달었다. 집에서 보던 모습이지만 다른 장소에서 보니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우리 엄마가 뼈가 굵어 많이 드시지 않어도 한 덩치 하셨던 분인데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 보면서 슬쩍 눈물이 났다. 그래도 텃밭에 열심히 나가 나 아직은 건강하다 하시는 분이라 맘이 놓이긴 하다만, 엄마가 건강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