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며칠 전에 읽은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엘리자베스 조트같은 여성 과학자나 퀀텀 라이프,의 흑인 과학자같은 소수 인종 과학자가 과학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쟝르는 다르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늪 속에서 살아 남은 생존자구나, 라는 느낌으로 두 권을 읽었다.

소설과 자서전이지만, 이 두 권의 책 주인공들은 미국의 과학계에서 고군분투 정도의 싸움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레슨인케미스트리가 비록 과다한 희망과 진부한 엔딩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엘리자베스 조트가 진정한 화학자가 되기 위해 미국 50년대의 정치와 문화적 인습 그리고 남성 과학자들과 싸우는 모습은 그 당시 과학계를 이끄는 백인 남성 엘리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의 의의는 50년대 여성과학자들의 위상과 남자 과학자들의 권위와 편협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의 과학은 유럽에서 건너 온 백인 엘리트들이 중요 대학과 기업 그리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기 제조등의 중요 요직을 휩쓸면서 과학계(그게 이론이든 실험연구든간에)는 백인님성의 점유물이었다.

그 속에서 여성은 주로 비서나 타자를 치는 행정직을 맡었고 레슨인케미스트리에서 묘사한 불미스러운 일들은 다반사였다. 이건 과학자들의 평전이나 과학 관련 책들을 읽으면 놀라우리만큼의 성희롱 • 성추행등의 이야기나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사촌인 엘자와 살면서 그녀의 딸과도 관계를
맺었으며 게임의 이론으로 유명한 폰 노이만은 비서의 치마를 들추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으며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동료 과학자인 유부남들과 사귀였고, 슈뢰딩거는 수많은 여자들과 사귀였으며 심지어 동료의 쌍둥이딸 중 한명(16세, 이 당시만 해도 여성은 일찍 결혼했으므로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라고는 할 수 없지 싶다)과 관계를 맺었으며 dna을 발견한 크릭은 여대학원생의 가슴을 기습적으로만지기도… 할 정도로 성적으로 자유로웠던 유럽계 백인들이 미국의 대학, 기관, 공직등의 중요 자리를 차지 했으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그들의 성적인 학대를 견디었을까를 지레짐작할 수 있겠다.

그래서 레슨인케미스트리를 재밌게 그리고 의의 있게 읽었는데, 지난 일요일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퀀텀 라이프, 를 읽다가 빠져들어 하루 종일 책읽기에 정신 없었고 월요일 오후에 마칠 수 있었다.

수와 논리에 능한 흑인이 백인의 아성 속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자서전이다. 아동기와 청소년 그리고 대학시절 위주인데, 미국 흑인의 빈민의 비참한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참혹했고, 아마도 제임스 플러머같이 천재로 태어났지만 주변 어른들에 의해 날개가 꺽인 흑인 아이들이 많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마 제임스 플러머(나중에 하킴 올루세이로 개명)는 똑똑한 아이로 인식하여, 몇 명의 주변 사람 도움으로 힘겹게 스탠포드 대학까지 갈 수 있었다. 읽으면서 안타까운 것은 그 과정에서 주변 어른의 도움은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가 똑똑해도 어떻게 서포트 해야하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었다. 아버지란 작자는 코카인을 고체로 만들어 환각이 쎈 크랙을 권할 정도이니,,, 80년대 흑인 사회에서 크랙의 인기는 흑인 사회 전역을 휩쓸 정도로 흑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넷플릭스의 크랙이라는 다큐를 본 후, 이 책을 읽었는데 작가도 크랙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밤마다 연인 몰래 크랙을 하고 낮에는 학교 수업을 듣는다. 어떤 계기로( 책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 크랙을 끊을 수 있었지만,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겹게 싸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스탠포드의 지도교수인 아서의 학문적 리더쉽과 백인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쳐 자신을 우습게 보는 물리학계에 대한 오기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은 스탠포드 대학 같은 미국의 일류 대학이 엘리트주의가 정말 심하다는 것을 엿 볼 수 있었다. 저 대학만 저러겠냐만.. 정말이지 읽으면서도 씁쓸한 맘이 들 정도로 아카데믹한 독선적인 엘리트주의가 하늘을 찌른다. 그래서 가진 거 없고 오로지 천재적인 머리만 있는 작가에게 응원을 하며 읽게 된다.

미국인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적인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었던, 빈곤과 배고픔, 폭력과 마약이 장악한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이제는 천체 물리학자가 되어 하킴 올루세이로 사는 그에게, 당신의 삶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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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곽재식 작가님이 추천사를 썼더라고요. 저도 찜해둔 책입니다.~~ 여자도 유색인종도 미국과 유럽의 백인남성주류에 들어간다는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거 같아요.

기억의집 2022-07-06 23:10   좋아요 1 | URL
진짜 인간 승리가 따로 없어요. 유색 인종이 90년대에 저렇게 아이비리그. 간다는 게 .. 엄청난 거더라고요. 오늘 허준이교수 필즈상 수상했던데… 아마 본인 실력을 보여주기 전에는 무시 많이 당했을 것 같어요. 근데 어쩐지 허준이 교수 유튭에 알고리즘으로 떠서 봤는데… 필즈상 수상을 어느 정도 염두해 두고 있었나 봐요!! 아 그리고 책 진짜 재밌어요. 저는 일요일 오전에 시작해서 삼시 밥 차리는 거 하고 청소 끝내고는 이 책에 매달렸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어요. 진짜 작가가 힘겨운 삶을 살아요…

2022-07-07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7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7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7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7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22-07-07 13:43   좋아요 0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