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님 서재에서 이 책을 처음 알았다. 믹스테잎이란 단어 하나로 비슷한 경험을 한 동시대인일 것이라 추측하니 청소년 시절의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나도 그 시절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녹음 버튼을 후다닥 눌렀다. DJ가 다음 노래가 뭔지 알려주면 인트로 부분을 놓칠세라 손가락은 녹음 버튼위에 대기 타며 DJ 멘트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

80년대만 해도 팝의 전성기여서 녹음할 노래는 넘쳐 흘렀고 그때만 해도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공테프에는 좋아하는 곡들이 덮고 덮힌 체 녹음 되어 있었다. 그 녹음 테프를 몇 년 전에 몇 개 남기고 버렸다. 이제 테프를 틀 카세트 테프 오디오가 없었고, 구매하더라도 제대로 그걸 들을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때에 녹음한 테프들을 신혼집에 가져 왔을 정도로 애정과 추억이 그 속에 담겨 있었다. 수십년 동안, 한 박스의 테프를 갖고 이사 다니다가 어느날, 이게 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자!!

그렇게 몇 개의 테프를 남겨 놓고 재활용 프라스틱 수거함에 버렸다. 젊은 시절의 추억이 버려졌음에도 아쉬움은 없었다. 이제는 어차피 듣지도 못하고 창고에 쳐 박혀 있는 사물들이었다.

남은 테프는 정미홍씨가 KBS 제1 라디오에서 진행했던 클래식 프로가 있었는데, 그 때 11시 정각인가 10시 정각인가에 오분 동안 짧은 여행 에세이를 읽어 준 것을 녹음 한 것이다. 종소리가 울리며 뚜벅뚜벅 발소리가 나는 브금에 차분한 정미홍씨가 읽어 주던 짧은 여행 기행문은 업체에 부탁해 따로 보관하거나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싶어 남겨 두었다.

그렇게 해야지 한 게 몇년!!! 아직도 창고에 쳐 박혀 두고 있다. 게을러서 그렇고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몰라서 여전히 버려둔 체 있다. 다시 듣고 싶다가도 귀찮아서 추억의 목소리로 남겨두고 버릴까 싶을 때도 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성인이 된 우리 애들은 카세트테이프를 모른다. 씨디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음반을 내니 사는거지, 나는 애들이 씨디를 틀어 음악 듣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나 없을 때 틀었으면 모를까, 대체로 블루투스 연결해 음악을 듣는 거 봐도 씨디로 음악 듣는 건 보지 못한 듯!)

이제는 스트리밍 음악앱이 있어 씨디마저 버려지겠지만, 아니 스마트폰이 워낙 똘똘해서 이거 하나면 보고 듣고 배우는 모든 컨텐츠를 연결하고 있어 다른 전자 제품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믹스 테프의 시절, 물질적으론 부족했지만 음악만은 풍성했던 80년대의 유산이자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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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8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테잎 몇 개를 갖고 있는데 뭔가 레트로 감성 ㅎㅎ 저희 아이는 그래도 테잎은 아는데 동네 꼬맹이들은 신기해하더라고요 ㅎㅎ 저희 아이도 플로피디스켓은 낯설어하더군요~~ 진짜 이젠 멜론에서 유투브 등에서 듣는거 같아요 ~~

기억의집 2022-05-18 20:10   좋아요 1 | URL
영화도 우린 비디오테프 세대였는데 이젠…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네요. 전 예전에는 시간이 참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애들한테 물어보면 시간 빨리 간다고 말하거든요. 즐길 게 많으면 시간 빨리 가나봐요!!!! 한편으로 책이든 테프든 전자책 나타나고 스마트폰으로 음악 들으면서 이고 지고 안해서 편하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