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표지엔 여자들이 투쟁이라는 글귀가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개기자'라는 구호를 외치는 그림이 있다. 귀염성 있는 얼굴이지만, 약간은 무서워 보이기도 하다. 얼마전 개봉하여 좋은 평을 많이 들은 영화 <B급 며느리>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라고 한다. 집사람과 그 영화를 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상영관이나 시간이 맞지않은 탓에 미처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어쩌면 그 영화를 못봤기에 이 책을 더 읽고 싶어졌을 것 같기도 하다.

 

고부간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주제이다 유교 사상에 기반한 우리나라의 문화 탓이겠지만,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도 고부갈등이란게 존재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가부장적인 사고가 고부간의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분란의 시발점은 할아버지의 제사날이다.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조리하고 마무리 설겆이 까지 모든 일은 여자의 몫인데 어떤 음식이 빠졌느니 양이 적다니 등의 타박은 남자들 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입장에선 그간 고생많았으니 며느리가 일을 많이 덜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겠지만 며느리 입장은 내가 얼굴도 모르는 분의 제사날을 왜 챙겨야하는 건지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정작 내가 얼굴을 본 적 있는 할아버지의 제사도 신경쓸 수 없는데 남편의 할아버지 제사상을 차리느라 고생을 하다니 엄밀히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걸 당연히 생각하며 살고 있다.


어머니의 시집살이 얘기를 읽을땐 군시절 생각이 났다. 내가 군에 있던 때는 구타근절이라는 구호와 더불어 오랜 병폐들을 바꾸고 있던 때였다. 내가 신병때 고참들이 하던 "요즘 군대 좋아졌네"라는 말을 나도 전역할 때 했던 기억이 났다. 저자의 어머니도 그런 느낌이었을까? 군대야 3년이었지만 며느리의 시집살이는 거의 평생이다. 비슷한 감정일 수는 있겠지만 그 깊이가 다를듯 하다. 결혼은 대략 30년간 떨어져 살던 사람들이 같은집에 살게되는 일로 아무래도 서로 불편한 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별다른 적응기간도 없이 기존 시어머니가 하던 일들을 떠맡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들을 문제라고 생각조차 해보지않았던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사회는 4차산업혁명이니 혁신이란 말로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며느리의 지위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질 않았던 것이다.


난 딸만 둘이라 집사람은 아쉽게도 며느리를 볼 수가 없다. 딸가진 아빠 입장에선 책속의 김진영씨 모습이 대견하고 부러우며 우리딸들도 나중에 시집가서 자기 목소리 내며 살길 바란다. 우리나라도 그런것들이 껄끄럽지 않은 문화가 이런 기회들을 통해 조만간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