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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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달은 지구를 돌며, 지구의 사람들에게 한달 내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지구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달이라는 존재는 매일 모습을 바꿔가며 태어났다가 소멸하는 것을 매월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달처럼 태어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을까?

책의 제목에 씌여진 처음보는 단어인 '영휴' 의 뜻은 책표지에서 발견한바에 의하면 '차고 기운다'는 뜻이다. 이 책은 달의 인생에 빗대어 환생을 주제로 진행되는 글이다.


얘기는 한 중년의 남자가 초등생 딸과 함께나온 여배우가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여배우는 1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잃게된 딸의 고등학교 동창이며 루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초등학생 딸은 15년전 잃게된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의 환생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전개된다. 중년의 남자는 오사나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단란하던 가정의 한 가장이었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와 하나 뿐인 딸을 잃는다. 그 둘은 왜 그곳에 있었는지, 어쩌다 사고가 나게됐는지도 모른채 가슴에 묻고 살았는데, 사고로 죽은 딸의 환생이라는 이가 나타난다. 그 기분이 어떨지 감이 잘 안오지만 대부분의 보수적인 중년처럼 오사나이는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워 한다. 환생이라는 주제를 이해하고 읽으면서도 생소하게 느꼈던건 그들이 환생하면서 갖게되는 이름이 같다는 점이었다. 일본에서 '루리'라는 이름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길래 이렇게 딸아이에게 같은 이름을 짓게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작가는 그 부분을 '예고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물론, 예고몽을 따르지 않은 예도 있었지만, 독자가 궁금해할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적절한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좀 죽어 본다' 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직장인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목에선 지나친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는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아무 문제도 불만도 없는 사람이었다지만 과연 그게 호기심이었을까? 보통 테스트 등은 경험을 쌓기 위한것인데 그 경험은 내 목숨이 없어져 버린다면 누구에게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는데.. 환생하게 된다면 그 경험을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그럼, 그 자살한 사람은 환생을 믿었을까? 라는 것과 그럼 환생에 성공했을까? 라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얻게된 또 하나의 궁금증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드는 생각은 2016년 말 크게 흥행했던 드라마 '도깨비'와 유사한 세계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인간에겐 씨뿌리는 생, 물을 주는 생,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을 쓰는 생으로 네번의 생이 있으며 그 생을 마감할 때나 몇번째 생인지를 알 수 있다는 개념이었다. 도깨비와 이 책이 다른 점이라면, 이 책에선 주인공의 이력이 주변인들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어 그 부분들을 독자의 머리 속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점일 듯 하다.


결혼한 뒤에 만나게된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를 만나기위해 여러번의 환생을 거치는 동안 전생의 연인인 그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약간의 환타지 요소를 갖춘 로맨스 소설로 읽혔다. '달처럼 죽어서 다시태어나 널 만나러 갈꺼야.'라는 문구에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성어가 떠오르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지만, 마지막의 반전 부분 때문에 한 번 더 읽어볼 수 밖에 없었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일본의 문화에 밝지 못해 '루리도 하리도 빛을 비추면 빛난다'는 문구는 아직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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