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여행이란 단어는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책이나 사진에서나 보던 곳을 실제로 눈앞에서 요모조모 뜯어 볼 수 있다는 점과 다른 나라의 여러가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그 나라만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는게 여행이 나를 들뜨게 만드는 요인인 듯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은 내게 편한 친구들과 간다거나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기위한 의도로 아이들과의 계획을 세우곤한다. 그렇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계획은 세워본 적이 없는듯 하다. 여행도 별로 안좋아하실꺼야, 연세가 들어서 다니기 힘드실텐데 등의 지레짐작으로 또는 모시고 다니면서 일일이 수발하는게 번거로우리라 예상되어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진짜 그 분들이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본 기억도 없고 나를 그렇게 귀찮게 하셨을까를 생각해보면 죄송한 마음이 먼저 우러난다.

사투리로 씌여진 정겨운 제목의 이 책은 엄마와 딸의 동남아 여행기를 그려내고 있다. 작가인 딸도 처음에는 내 마음과 같았던지. 엄마와의 여행을 불편해 했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달간의 여행을 하게된다. 한달간의 여행을 그대로 책한권에 담긴 어려웠겠지만, 어떤 부분에선 두 여행자의 감정에 공감되어 울컥하기도 했고, 내 모습과 견주어 웃음이 나는 부분도 있었다. 여행 중엔 작가가 우려했던 불편한 상황도 있었고 예상치 못하게 적응잘하는 엄마의 모습도 잘 그려져 있다. 결론은 반반이다. 엄마와의 여행이 생각보다 괜찮은 점도 있었다는 생각과 다시는 엄마랑 여행계획은 잡고 싶지 않다는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 항상 의견일치가 되는건 아니지만 알콩달콩한 모녀간의 얘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어릴 때말고는 부모님과 여행의 기억이 없다. 더군다나 내가 계획을 짜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던 기억은 더더욱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후회들이 몰려왔다. 연로하셔서 더 이상 해외여행은 어려우시겠지만 조만간 부모님과 근교 여행이라도 계획을 세워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