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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존 로 오브 로리스턴 이라는 18세기 초 금융 개혁에 관한 뛰어난 이론을 가지고, 실행까지 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해버린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금세공사였던 아버지 덕에 부유한 생활로 도박에 빠져 방탕했던 젊은날을 보낸 스코틀랜드인인 존 로는 10년간의 학교생활을 통해 뛰어난 수학적 지식과 사교술을 갖추게 되나,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영국에서 범법자가 되고, 그에 따라 유럽을 떠도는 신세가 된다. 프랑스에서 그의 이론에 호응하는 인물을 만나게 되어 프랑스 왕실의 부채를 탕감하며 금융개혁에 성공하는듯 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인플레이션으로 그는 다시 아들만 데리고 프랑스를 떠나는 신세가 되며, 베네치아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솔직히 나 자신도 그가 천재적 금융개혁가 였는지 아니면, 대단한 사기 도박사 였는지는 명확히 결론내리기 어려웠다. 그가 대중들을 상대로 사기 도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원할하지 못한 금융개혁탓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를 사기꾼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책속의 몇몇 문장들은 현실과 비교하며, 몇번을 머리속으로 되뇌이게 만들었다.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해도 그것을 위한 시대가 오지 않으면 가치가 없습니다.(p250) - 파리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오들레앙 공작이 존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최근까지도 통용되는 말이긴 하지만, 과연 그 시대가 존의 이론과 맞지 않는 시대였을까? 그 당시 상황을 볼때 주화를 찍어내는 금속의 양은 감소추세였으며, 돈의 원할한 유통을 위해서는 금속에 비해 자원이 풍부한 지폐의 도입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여지며, 존의 제안은 시의적절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것 이었을까?
지성은 곁에서 원칙과 끈기,도덕이 받쳐주지 않으면 가치가 없습니다. (P358) - 이 말은 존이 정부고위직 인사에 대해 지성외에도 필요한 것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대화 상대자는 하느님 조차도 그런 능력들을 갖고 있지 않다는 농담으로 말을 받고 있지만, 존의 말대로 원칙없는 우유부단한 행동과 도덕성이 없는 지성이라면, 고위 관직자로서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들은 게으르고 타성적입니다. 그들은 새로운것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아요.(p393) - 존의 개혁적 의견에 반하여 당시의 부자였던 크로자가 하는 말이다.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에서도 변화를 깨닫고 미리 준비하기를 권유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크게 문제만 없다면 바뀌지 않는게 본성이라는 의미다. 그 만큼 훨씬 더 많은 이점이 없다면 새로운 개념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운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듯 하다.
544페이지나 되는 책의 두께도 부담이었지만, 워낙 밝지않은 세계사 지식에 당시 프랑스 화폐단위라는 리브르와 루이도르의 관계까지 머리속에 정확히 정리되지 않아 읽는데 좀 힘이 들었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존 로가 했던것과 비슷한 실험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런 실험들에 대한 비교자료로는 훌륭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