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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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변호사가 직업이란 얘길 들으면 영화 등에서 보여준 선입관으로 인해 대형로펌에서 높은 수임료를 받고 잘 사는 그런 이미지나 돈을 잘 벌지는 못하지만 정의감이 넘쳐 사회 부조리에 항거하는 그런 사명감 넘치는 이미지의 변호사를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변호사이다. 그렇지만 내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던 그런 변호사와는 또 다른 유형의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다. 속칭 '변쓰'라는 얘기를 듣는다. 변쓰는 이 책에서 처음 들은 단어지만, 변호사 쓰레기의 약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최근 불법 공유등으로 인해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법 관련하여 침해 기획을 통해 법정에서의 소송보다는 가해자와의 협의를 통해 수임료를 받는 그런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의 변호사가 주인공인 얘기들에서 등장하는 법정에서의 장면들이 이 책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7년 전 주인공이 사는 건물에서 자살사건이 있었는데, 사실은 그 건물주가 살인사건의 범인이며, 그가 자수를 하기위해 주인공에게 일을 맡기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얘기의 시작부터 갖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된다. 7년이나 지난 사건을 왜 이제야 자수를 하려는 걸까? 초범인 건물주는 해당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기에 무사히 넘겼을까?경찰은 수사를 어떻게 했기에 가까운데 있던 진범을 잡지 않고 자살로 종결했을까? 등 초반부터 다양한 얘기거리들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얘기를 진행해 가며 하나 하나 꼼꼼히 매듭을 풀듯 인과관계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은 2018년 추리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특별한 능력이나 비상한 머리를 가진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얘기들이 인기를 많이 얻고 있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캐릭터들 이다. 그래서 얘기가 진행되는 동안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감정이입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그게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작가는 2013년에 데뷔했다고 하니 이제 7년차에 접어드는 분이지만 이 분의 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처음부터 범인이 등장하는 글이기에 3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어떻게 채울지 궁금했지만 빈틈없이 잘 진행되는 얘기 덕분에 끊김없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다음의 이야기를 기대할만한 떡밥도 하나 던져두고 얘기를 맺는다.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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