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도시에 관심이 생겨 책을 읽던 중 특이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라는 제목 만으로는 도둑이 도시를 안내 한다는 건지, 도둑에게 도시를 안내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책을 읽는 중 알게된 저자의 의도는 도둑들에게 건축과 도시를 이해시키기 위한 안내서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의 일부분은 기대했던 도시나 건축의 얘기가 아닌 자물쇠 열기나 금고털이 등의 내용이어서 내가 기대했던 도시와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더불어 책을 읽어 나갔다.


책에는 준비가 철저하고 꼼꼼한 도둑들의 얘기가 많이 나온다. 침입절도를 위해  은행의 설계도를 구하고 도면을 구할 수 없으면 은행에 예금을 하고 내부를 둘러보고 직접 도면을 제작하기도 한다. 그리고, IT발달과 더불어 도둑들의 기술들도 발달한다. 어떤 도둑은 구글 스트리트 뷰를 활용하여 동네를 탐색하고 건물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도둑들의 목표가 되는 건물은 주로 어떤 건물인지, 어떤 요소가 그 집을 옆집보다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건축가들이 가진다면 좀 더 보안이 견고한 설계안이 나올 듯 하다. 뒷부분에는 도둑들의 도주로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굽은 길과 막다른 골목이 많아 복잡한 동네는 헤메게 되어 도둑들이 기피한다는 얘기도 있다. 특이하다고 느꼈던 것은 보통 동물을 포획할 때 사용하는 덫과 유사한 도둑들을 잡기 위한 '포획 주택'의 얘기를 읽을 때 였다. 사전에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진행한 절도는 경찰에 체포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구축된 스마트 시티인 송도의 얘기도 이 책에서 거론된다. 도시의 운영시스템을 백업하여 은행 금고에 저장해 두었는데, 그 은행을 누군가가 털게 된다면, 도시 전체를 초기화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스마트 시티가 많은 관심을 갖게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게되면 도시의 운영시스템 코드 관리에 대해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베르나르 추미와 저자와의 인터뷰중 나오는 '도시의 복잡성이 도시를 헤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책의 말미에는 건축학은 건물털이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을 읽고 건축학을 공부할 도둑이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건축학을 공부하다 보면 의도를 잊고 창작의 욕구를 불태워 그로 인한 도둑의 감소가 발생하는 것도 기대해 본다.


기대와 달리 도시에 대해서 보다는 도둑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된 기회였지만,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었으며, 향후 건축가들이 이 책에서 언급된 도둑이 좋아할 만한 집은 피해서 설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