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맨 1
김수박 지음 / 새만화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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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나 스스로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비루한 일상에 눈물이 날 지경일 때가 있다. 괜히 정말 괜히, 늘 그렇게 당연하게 살아왔는데. 이러지 말아야지 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탁 하고 무너지는 그 순간. 그 아득한 순간들.

그 순간에, 정말 그 찰나에 이 만화책을 보면 어떨까 싶다. 약은 수법인지는 몰라도 가끔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의 따뜻한 위로보단 그들의 구질구질한 삶이 더 위로가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하루하루 막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각자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 주인공은 만화를 그리는 젊은인데, 잘 모르지만 실제 작가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종종 등장하는 대구와 왜관 등의 지역을 보면 아주 무관하진 않을듯 싶다.

나는 알고 있다. 누구도 남의 인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지시할 수 없으며 평가도 할 수 없다는 걸. 하지만 우리는 '남'과 비교하면서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의 이분법을 적용하며 사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삶. 몸을 움직여, 힘을 쓰고, 밥을 먹고, 신성한 노동으로 벌어먹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든 모두다 건강하고 아름답다. 이 만화책을 보는내내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얘기를 담는 것이 취지라는 KBS '동행'이란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이들은 모두 자신을 불쌍하거나 딱하게 여기지 않는다. 당당하다. 언제나. 그리고 그곳에 웃음이 있고 정이 있고 사람들 간 관계가 있다. 2탄이 얼른 나오길 재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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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9-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짠하지만 너무 잘 봤어요. ^^

자꾸이럴래 2009-09-07 09:44   좋아요 0 | URL
제 서재에 처음 달린 댓글이네요. 아 감격스러워라..ㅋ
 
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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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만화책을 읽기 전에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접했다. 영화를 보러 갔다가 홍보용 포스터를 보고서 '차도르를 쓴 펑크 소녀'란 카피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는데 무척 재밌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훌륭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식의 부족함으로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이란이란 나라에 대해 사실 내가 아는 건 거의 없는 상태인데 이란 역사라니~  나의 짧은 역사적 이해와 그 시기를 전후로 한 세계 동향(먼산~) 흐름 이해 부족에다가 흑백의 애니메이션에 흰색 자막의 압박으로 인해 사실 자막을 좇아가며 읽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원작 만화책이라는 이 두 권을 구입해 토욜밤에 몰아서 한숨에 다 읽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원작 만화도 흑백으로 단촐한 느낌이다. 하지만 간단한 그림 속에 꼭꼭 펜을 눌러 그린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존엄성과 자유. 그 모든 것들이 경제논리와 정치적 이념과 어긋난 종교적 잣대로 억눌려지는 현실 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무리 사람은 지 생긴대로(?) 산다고 해도 사람이란 결국 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그 인간성이 드러나는 법이다. 폐쇄와 개방, 혼란적인 상황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무수한 사람들과 희생, 그리고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 그 모든 이야기가 칙칙하거나 우울하지 않게 마르잔의 솔직하고 덤덤한 목소리로 느낄 수 있다.

요즘 촛불 시국이나 뭐다 해서 민심이 떠들썩하다. 원래 요순시대에는 백성들이 나랏님 이름도 모르는 시대가 제일 좋은 시절이라고 했다. 먹고 살기 좋고 걱정이 없고 평안하니 굳이 나랏님 이름이 뭔지 얼굴이 어떤지 알 필요도 없다 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입에 계속 오르내리는 분이 바로 우리나라 대통령이란 건, 정말 씁쓸한 일이다. 마르잔은 책에서 말했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고. 우리는 그럼 안전한 식탁을 보장받기 위한 대가를 치뤄야만 하는 것인가. 도대체 왜. 이 부조리는 왜 이리도 넓은 지구촌에서 21세기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어처구니없는 기준들이 넘쳐나는 세상, 다들 제 정신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나도 그 대열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계속 좌표를 확인해야할 것 같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집회와 싸움의 역사, 그 안에서 적어도 나에게만은 진실하고 자존감을 지키며 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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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베스파
박형동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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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만화책을 구입해서 보게된 것은 소설가 박민규 때문이다. 나는 그의 리뷰때문에(덕분에?) 지금까지 몇 권을 책을 무조건 믿고 사서 읽었는데, 그의 추천사는 언제나 상큼하면서도 매혹적이다. 특히 천운영의 소설집 추천사는 정말 우리나라 소설 뒷표지 문구 중 최고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점점 글자 한자, 문장 한줄 읽기가 힘들어지는 나날들이다. 이런 나날엔 그림책만이 유일한 구원이 된다. 나는 문자의존형 인간이긴 하지만, 문자가 갖는 매력과 함께 그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며 괴로워하며 산다. 그래서 그림이, 만화가 너무나 좋다. 나는 그림을 고등학교 졸업하고선 한 번도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 무한적인 상상력과 표현력이 샘날 정도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히 누구보다 젊은 날에 많은 고민와 방황을 하고, 그 슬픔과 환희를 제대로 느껴본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돈과 미래와 사회적 기준에 일반적으로 부합하는 것들을 잡기 위해, 혹은 어쩔 수 없이 놔버린, 어쩌면 놓쳐버린 젊은 날의 푸르름들, 부족함들, 날카로움, 어설픔들. 그 모든 것들이 눈물나게 그립다. 그래서 바이바이라고 외쳐야만 하지만, 이제 헤어짐을 고해야만 하지만 그러기엔 그러기엔 지금의 현실도,  그리 쉽지 않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 맘에 둘꺼야. 란 노래 가사가 문득 떠오르는 책. 갑자기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파란색 똑같은 청바지를 입고 프라다 짝퉁 백팩을 어깨에 두르고 몰려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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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 2008.5
DMZ 미디어 엮음 / DMZ미디어(월간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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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예전에 '맥심' 하면 커피믹스만 생각하는 여자였다. '커피는 맥심, 프리마는 맥심'이라는 문구를 종교처럼 믿으며 살아온 세월이랄까. 그런데 이 잡지 재미 이상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 왜 남성잡지로만 나오냔 말이다!

일단 가벼운 말투,~말이다!로 외치는 얘기들이 좀 귀여운(?) 느낌이라면, 내가 이상한 걸까. 다양한 이야기들을(흥미가 전혀 안가는 것도 많다만) 풀어내고 엮어내는 솜씨가 좋은 거 같다. 브랜드별로 옷 광고, 화장품 광고, 신발 광고만을 하며 이렇게 이렇게 입어야 한다, 안그럼 엔지를 외치는 패션잡지에 비하면 정말 건전(?)한 잡지!

6월호 사러 가야겠다,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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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퍼프 화장솜 210매 - 210매
기타(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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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화장솜이 달라봤자 뭐 그리 다르겠냐, 라고 맹숭맹숭한 반응을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과감히 딴지를 거는 화장솜계의 대반항아. 이온퍼프를 써보지 않고선 감히 스킨을 바르지 말라, 는 웃지못할 주장을 소리높여 하게 만드는 기특한 녀석. 하하하. 거리에서 많이 나눠주는 공짜 화장솜을 그냥 매니큐어 지울 때나 마스카라 지울때만 쓰게 만드는 퍼프. 화장솜에 돈을 쓰다니, 라며 염려하는 사람들께 한 마디. "난 소중하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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