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만화책을 읽기 전에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접했다. 영화를 보러 갔다가 홍보용 포스터를 보고서 '차도르를 쓴 펑크 소녀'란 카피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는데 무척 재밌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훌륭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식의 부족함으로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이란이란 나라에 대해 사실 내가 아는 건 거의 없는 상태인데 이란 역사라니~  나의 짧은 역사적 이해와 그 시기를 전후로 한 세계 동향(먼산~) 흐름 이해 부족에다가 흑백의 애니메이션에 흰색 자막의 압박으로 인해 사실 자막을 좇아가며 읽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원작 만화책이라는 이 두 권을 구입해 토욜밤에 몰아서 한숨에 다 읽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원작 만화도 흑백으로 단촐한 느낌이다. 하지만 간단한 그림 속에 꼭꼭 펜을 눌러 그린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존엄성과 자유. 그 모든 것들이 경제논리와 정치적 이념과 어긋난 종교적 잣대로 억눌려지는 현실 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무리 사람은 지 생긴대로(?) 산다고 해도 사람이란 결국 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그 인간성이 드러나는 법이다. 폐쇄와 개방, 혼란적인 상황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무수한 사람들과 희생, 그리고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 그 모든 이야기가 칙칙하거나 우울하지 않게 마르잔의 솔직하고 덤덤한 목소리로 느낄 수 있다.

요즘 촛불 시국이나 뭐다 해서 민심이 떠들썩하다. 원래 요순시대에는 백성들이 나랏님 이름도 모르는 시대가 제일 좋은 시절이라고 했다. 먹고 살기 좋고 걱정이 없고 평안하니 굳이 나랏님 이름이 뭔지 얼굴이 어떤지 알 필요도 없다 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입에 계속 오르내리는 분이 바로 우리나라 대통령이란 건, 정말 씁쓸한 일이다. 마르잔은 책에서 말했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고. 우리는 그럼 안전한 식탁을 보장받기 위한 대가를 치뤄야만 하는 것인가. 도대체 왜. 이 부조리는 왜 이리도 넓은 지구촌에서 21세기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어처구니없는 기준들이 넘쳐나는 세상, 다들 제 정신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나도 그 대열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계속 좌표를 확인해야할 것 같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집회와 싸움의 역사, 그 안에서 적어도 나에게만은 진실하고 자존감을 지키며 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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