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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화
심흥아 지음 / 새만화책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산다는 건 참 빈틈이 많은 것 같다. 삶이란 편하고 예쁜 꽃길만 이어진 건 아님을 진작에 알고 있었고 또 그런 걸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 불쑥 나올지 모르는 빈틈에 빠질까 봐 두렵다. 조심조심, 걸음마다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가끔 사는 건 듬성듬성한 체에 매달려서 흔들리는 거 아닌가 싶다. 누군가가 마구 흔드는 체끝에 간신히 매달려, 빠지지 않게 떨어지지 않게 발버둥치는.
책 서문에 있는 작가의 글이 참 좋았다. '평범하지 않은 집에서 평범하게 자랐다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좋았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 평범하다고 믿고, 또 평범하길 강요당하며 살지만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면, 세상 어디에도 평범한 사람은 없다.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기쁨이 있고, 역시 아픔이 있다.
그런 아픔의 중심에 다들 저마다 묻어놓은 가족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선화는 할아버지처럼 연세 많은 아버지와 쌍둥이 자매, 엄마의 부재,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속에서 자란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꿈이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절에서 신세지는 상황도 이래저래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생각하면 벗어나고 싶고 우울해서 속상하지만, 사실 삶의 진짜 모습은 그런 거 아닐까. 빈틈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저마다 목표를 향해 나가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지만, 결국 삶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가족이 아닐까. 그건 숙명과도 같은 거고,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버린다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결국 집도 사고, 동생도 돌아오는 것처럼 선화네 식구들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리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선화네 집도. 흔들리고 상처입어도 그 안에 가족은 언제나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