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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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생각을 언제부터 심각하게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확실한 건 눈밑의 잔주름이 조금씩 생기고, 점점 주근깨가 진해지는 시점이었던 거 같은데, 내가 '늙고 있다'란 생각은 분명 내가 '죽어 간다'란 섬뜩한 명제와 이어졌기 때문인 거 같다. 가끔 밤에 자려고 누으면, 어둑한 방 안에서 이대로 아침이 오지 않으면, 나는 죽는 걸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면 상태와 같은 무의식, 무개념의 세상이 바로 죽음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할 때가 있다. 그런 밤에는 다시 불을 켜고 앉아서 티비를 보든가 음악을 듣던가 누구한테 전화라도 해야지, 안그럼 정말 무섭다.  

산 사람들은 사실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이나 걱정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 죽음이란 우주의 신비처럼 쉽게 와닿지도 않고 알 수 없는 세계기 때문에 망각하고 살기 쉽다. 그런데 여기, 다른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전국을 누비는 젊은 남자가 있다. 그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그가 누구에게 사랑받았고, 누구를 사랑했는지 따위의 것들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다. 소설은 이 남자의 행적을 따라가지 않고, 그를 둘러싼 기자와 엄마 및 가족, 남편을 살해한 여자 등 주변 상황을 통해 애도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의 베일을 하나씩 벗여나간다. 

일단 소설은 흡입력이 높아서, 한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 이 기이한 '애도하는 남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 주위에 너무나 흔한 살인 사건, 사건 사고 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날마다 뉴스와 신문에서 보도되는 그 많은 사건 속에 죽음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린 이러한 죽음에 익숙해진 탓일까,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무관심한 게 지금의 현실이고 이는 어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을 사랑하고, 사랑 받았던 사람들에게 그들의 죽음은 엄연한 현실이며, 그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상실의 시대>를 보면 미도리가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달란 부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그거뿐이라며. 요양원을 찾아온 남자 주인공에게 그런 말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언젠가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알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꺼란 사실을 알지만, 심장이 뛰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서로를 기억하고, 기억에 남겨지길 바란다. 그것만이 영원히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몇 달 남지 않은 생애에서 임종을 차분히 준비하고, 고마웠던 이들에게 보낼 엽서를 준비하는 어머니 준코의 모습에서 마음이 아팠지만, 참 아름다운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준비없이 세상에 나오지만, 죽음은 준비를 하고, 편하게 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이 결국 하나란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역시 우울해진다. 마음이 무겁다. 아쉽고, 초조하다. 더 내려놓고, 더 너그럽고, 더 행복하게 살면 이 집착이 덜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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