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노력한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닌데,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어리석게도 내가 노력하면 된다고 믿었다. 자신이 없긴 했지만, 내가 이토록 간절히 당신을 원하는 건 너무나 분명하기에, 내가 얼마나 간절히 당신을 원하는지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직 당신이 나를 보지 않는 이유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원하고 사랑하는지 당신이 아직, 미처 알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이건 바보 같다 못해, 단순해서 아름다운 믿음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나는 당신 앞에서 좋은 여자가 되고 싶었고, 당신 앞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을 하거나 변심할 여지를 주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이 세상에서, 적어도 나 하나만큼은 우직한 믿음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단 하나의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면, 세상살이에 지친 당신이 한번쯤은 나를 볼 수 있겠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안도감, 그 편안함, 적어도 당신을 향해 흔들리지 않는 누군가가 있단, 그 느낌이 당신을 조금은 더 행복하게 할 수도 있겠다 믿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꼭 그렇지 않더라도.
그리고도 시간은 계속 흘렀다. 나는 점점 사랑받는 방법은 물론 사랑하는 방법도 잊어가고 있다. 내가 아는 건 당신을 향해 변함없이 웃어주는 것, 당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그게 전부다. 나도 알고 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는 걸. 나는 내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백 마디 말 중 한 마디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삼켜버렸다. 내가 하고 싶은 행동 백 가지 중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나는 화내는 법, 투덜대는 법, 짜증내는 법 같은 것도 잊어버린 퇴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당신 앞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앞에서도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고 눈치만 잔뜩 보는 어정쩡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나는 조금 안다. 내가 정말 해야할 노력은 내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당신에게 보여주려는, 전달하려는 노력이 아니라는 걸. 내가 정말 해야할 것은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 감정들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걸. 나는 예전에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 내게 지금 필요한 건, 바로 그 노력이며 그 노력만이 내 마음을 바꿈은 물론 당신도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싶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지금 당신을 돌아, 우주보다 넓은 바다보다 깊은 나에게로 가고 있는 중이니까. 당신에겐 그저 고맙다. 그리고 이런 나도 기특하다. 나는 노력할 것이다. 당신에게 기울였던 노력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이제 그 길이 조금 보이려고 한다. 안녕. 안녕. 평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