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통기타라고 불리는, 어쿠스틱 기타를 주말마다 배우고 있다. 아직 모든 게 엉성하고, 이상하고, 아프다. 암튼 배움의 길은 언제나 멀고도 험하다. 초급반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20명 남짓되는데, 수업 후에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나름 친해져가는 중이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하는 일도 다른데, 그래도 언제나 낯선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은 사람들을 조금씩 흥분시키는 것 같다. 다들 기타 배우는 즐거움뿐 아니라, 사람들 만나는 재미에도 빠져가는 것 같다. 삼겹살을 구워먹다가 앞자리에 앉아 있던 무려 21살 청년이랑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너무 활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거참.

아직 너무나 앳된 그 아이는 거침없이 말하고 거침없이 웃었다. 자기 휴대폰을 내밀며 번호 찍어달라는 그 동작까지 너무 자연스럽다고 해야할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 폰을 그리 당당히 내밀며 번호 좀 찍어줘요 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었는지, 잠깐 아득해질 정도. 또박또박 말하고, 웃고, 선명하다는 것이 그 아이에 대한 느낌이다. 어느새 반말을 섞어서 누나누나 이렇게 말하는데도, 전혀 기분이 상하거나 예의없단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그냥, 참 발랄하고 귀여운 아이란 생각이 들었으니 내가 이상한 걸까.

나는 분명 그 아이를 이성으로 생각하거나 매력을 느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 거침없음, 분명함, 나이에 맞는 그 색깔이 너무 신선했다. 그래서 이 아이가 뭐라고 장난을 치고 놀리고 웃든지 다 이해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너무나 선한 마음이 들었다. 나름 까칠한 나도, 이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다른 누님들의 이야기는 해서 무엇하리오.

"넌 나이 안 먹을 줄 알아? 계속 누나보고 나이 많다고 놀리네?"

"힛. 암만 내가 나이 먹어도 누나보단 어리거든요. 드라마에서 봤는데, 어린 것도 힘이고 능력이래요."

그래. 니 말 맞다. 요즘 느끼는 건, 남녀차별 인종차별보다 백만 배 더 무서운 게 에이지즘ageism이다. 그런데 남녀차별이나 인종차별 같은 문제도 심각하지만, 나이에 따른 차별과 편견은 우리 모두가 그 대상자가 언젠가는 된다는 점에서 정말 위험한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나보다 젊고 어린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그 약간의 질투 섞음과 동경 같은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린 것이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그 무기는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고 영원할 수도 없다. 그 솜방망이 같은 무기만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순 없는 노릇이고, 비단 나이뿐만이 아니라, 또 얼마나 많은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나가고 버텨야하는 것인가.

그렇지만 더 슬픈 건, 어쩌랴. 나도 어린 남자(얼굴이 그닥 잘생기지도 않았는데)에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거 보면, 이런 생각 자체가 다 쓸데없는 것인 것 같기도 하고, 자연의 섭리같기도 하고, 뿌린대로 거두는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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