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네 살 아래인 내 남동생.

네 살 터울은 특히 누나와 남동생 사이라면 정말 까마득한 나이 차이다. 내가 내 방에 친구들을 모아놓고 같은 반 남학생들의 종합 점수판(?)을 만들던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아이는 엄마 손 잡고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내가 대학교 새내기가 되어 엠티니 미팅이니 놀러 다닐 때, 이 아이는 빡빡머리 중딩이었다. 그래서 내가 동생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은 순도 백퍼센트의 남매 간 마음이라고 보기 어렵다. 어느 정도는 엄마가 자식 보듯, 이모가 조카 보듯 그런 마음이 상당 부분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네 살 터울은 동생이 아무리 내 속을 뒤집는 짓을 한다고 해도, 어린 것이 뭘 알겠어 라며 제법 쿨한 이해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두 살 위의 언니랑은 정말 목숨걸고, 자존심 운운하며 독하게 싸웠고, 싸우고나서도 말 안하고 서로 무시하며 버티기를 며칠이나 했지만. 동생과의 관계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싸운 기억도 별로 없고, 싸웠다해도 딱히 특별한 화해의 손짓 없이 예전처럼 돌아갔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원만하게(?) 동생과 지낸 것이 네 살 많은 누나로서의 나의 넓은 아량(?)인 줄 알았다.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내가 착하게, 동생을 아껴주고 이해해서 그런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건 단단한 착각이었다.

요즘 어린 아해(?)들답게 솔직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녀석이지만, 누나랍시고, 네 살 많이 먹었다고 동생 앞에서 이래저래 조언이라고 떠들어대는 게 분명 얄미웠을텐데, 그런 밉살스러운 구석이 많은 난데, 그걸 다 그러려니 참아준 동생의 넓은 이해심이 우리 둘 관계의 긍정적 밑바닥을 형성했음을 이제야 알다니. 난 역시 모자라도 한참을 모자란 누나다. 네 살이나(?) 많은 누나니까 함부로 대들지 않고, 알았다, 알았어, 하며 고개를 숙여준 대인배 동생에게 오늘은 맘껏 경의를 표한다. 귀여운 녀석. 이 사진찍을 땐 귀여웠는데, 지금은 쿨럭(ㅜㅜ) 이게 다 군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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