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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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판매 중일 때 구입했다. 성질 급한 나로서는 오늘 주문해서 내일 당장 책이 안와도 빨리 책을 받고 싶어서 안달을 떠는 편인데, 어쩐지 나는 최규석 작가의 책에 대해선 '꼭 사야 한다'는 마음이 강한 편인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최규석 작가의 '마니아'도 아니고, 또 만화책을 꼭 사서 보는 성격도 아닌데, 어쩐지 그의 작품은 그냥 한번 슥 읽고, 잊어버리기엔 뭔가 모를 부족함과 미안함이 가슴에 남는 것 같다.

<습지생태보고서>를 읽으면서 '지지리도 찌질하고 궁색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면서도 하하하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선 그보다 몇 만배나 더 깊은 가난과 삶의 고난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차마 웃을 수 없었다. 단칸방에 모여사는 가난한 자취생들은 빠듯하게 생활을 해나가지만,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그들은 어엿한 대학생이며 경제적 부족함 따위는 젊고 건강한 몸과 마음만으로도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부모님과 누나들과 형이 겪었던 지난 세월들을 보면서, 물론 지금 가족 모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해도, 그저 웃을 수가 없었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엄마와 아빠가, 우리 이모와 삼촌이,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견뎌냈을 삶들, 그 아픔과 슬픔이 내게도 조금 느껴져서,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조금 울었고 조금 웃었지만,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엄마아빠를 원주민으로 만들어버린 주범이기에, 미안한 마음과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감각적인 거, 자극적인 거. 편하고 재밌는 거, 세상의 주류라고 일컬어지고 첨단 유행이라며 사람들이 좇아야만 하는 것들과 엄마아빠를 멀어지게 만든 것은 '먹고 살고, 자식 공부시키는 것'이였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생만 하신 엄마아빠 덕분에 밥 잘 먹고, 공부하고, 잘 놀고, 건강하게 살아왔기에. 찔린다. 정말 괜히,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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