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착한 여자 1~2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총평 : '오정인'이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 불우했던 그녀의 가정사를 시작으로 고통스럽고 불행했던 그녀의 청춘을 보여주고 있다.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누구보다 당당하고 빛날 수 있었던 그녀는 스스로를 '착한 여자'라는 틀 안에 가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특히 남자) 삶을 산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떠나고 스스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오정인'을 중심으로 90년대 사회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었다. 여권 신장의 초창기 모습도 엿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여전했던 남존여비 사상과 고졸과 대졸의 학력차별, 가정폭력(아내폭력) 등 당시의 사회 문제이자 오늘날의 사회문제들이기도 한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인과 그 주변 여성들이 만들어가던 가족의 의미가 인상 깊었다. 기존의 부모, 자녀로 구성된 가정의 개념을 확장해 한부모 가정을 또 하나의 가정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식사와 육아를 도우며 함께 사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각 가정에 맡겨놓았던 육아와 가사를 정인과 그 주변 사람들이 함께 설립한 '사람이 사는 집'처럼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분담한다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년 전쯤에 나온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족, 육아, 가사에 대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이 소설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 해당 리뷰에는 소설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이번에 읽은 공지영소설 『착한여자』는 읽는 동안 참 많이 나를 답답하게 했던 소설이었다. 제목에서 이미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도 착해 답답하기만 했던 주인공 '오정인'으로 인해 읽는 동안 화도 많이 나고, 그녀에게만 유독 가혹한 세상에 욕도 많이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불행하기만 할 수 있는지....

오정인은 어느 한 시골마을에 일남 이녀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집은 가난하면서 화목하지도 못한 집이었다. 아버지는 수원에 딴 살림을 차린 것도 모자라 집에 오기만 하면 어머니를 때렸고 결국 그녀의 어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어린 정인 앞에서 말이다. 정인은 똑똑했지만 가정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우체국에서 일을 하며 20대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명수를 사랑하는지도 모른 채, 다른 여자에게 버림받은 현준을 만나 결혼을 한다. 상처 입은 사람들끼리 서로 위하며 살고자 했던 그녀의 바람과 달리 그와의 결혼생활은 불행하기만 했고, 결국 그녀도 그녀의 어머니처럼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그와 이혼을 하게 된다. 2권 초반까지 이어지던 정인과 현준의 이야기는 정말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불온한 가정에서 자란 정인은 자신의 가정은 온전하기를 바랐다. 아니. 진실이 어떻든 타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기를 바랐다.



모르겠어요. 온 힘을 다해서 행복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게 누구든...... 말하자면 불행은 내게는 어쩌면 익숙한 것이었고...... 더 이상 동정 같은 것은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저를 지배한 거죠...... 또다시 어린 시절부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동정까지 받는다는 것은 정말 싫었어요...... 이해하시겠어요? 더군다나 명수 오빠 앞에선...... 더, 더욱......

『착한 여자 1』 p.286



먼 훗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 달리 그녀의 가정은 결국 깨지고 만다. 비록 이혼녀가 되었지만 정인은 친구 미송의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자신을 감싸고 있던 불행에서 빠져나와 조금씩 회복해간다. 그러나 남호영이라는 한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그와의 만남도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하고 정인은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삶의 마지막을 자신이 선택하게 된다.

소설의 시작이기도 했던 정인의 마지막 선택은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은 아니었다. 그것은 30년 가까이 정인을 옭아매고 있던 그녀의 불행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뿐. 새로 살게 된 삶에서 그녀는 새 생명과도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그리고 '오정인'이라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살 수 있게 된다.



어릴 때 나는 착한 아이였어요. 엄마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요. 그게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요. 엄마, 내가 말 잘 들을게. 날 좀 사랑해줘, 날 낳은 걸 후회하지 말아줘...... 날 버리고 죽지 말아줘, 제발! ...... 그리고 어른이 되었어요. 한 남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그런 거래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시겠어요? 흥정 말이지요. 내가 착할게, 날 좀 사랑해줘, 내가 참을게, 내가 노력할게, 내가 밥을 해주고, 내가 빨래를 해주고 밤늦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열어주고 술국을 끓여주고 뭐든지 다 해줄게. 너희들이 나를 버리고 나를 때리고 나를 내팽개치고...... 희망을 주었다가 그것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그걸 빼앗아가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빼앗아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벼랑까지 날 밀어버린다 해도 내가 이를 악물고 참을 테니 제발 날 사랑해줘! 그랬던 거지요.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요. 그건 거래였다는 말이지요......
( 중 략 )
그런 거래를 하는 나를 사람들은 착한 여자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이제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어요.

『착한 여자 2』 p.315



다시 시작하자는 남호영에게 내뱉던 이 말은 그녀가 그녀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있던 새장을 깨고 나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불행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정인은 자신의 딸 효빈과 함께 자신들처럼 한부모가정인 다른 가족들과 또 다른 가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게 된다.

소설은 정인이 기존 가족제도에서 다소 벗어나는 또 다른 가족 공동체 '사람이 사는 집' 대표가 되어 모든 외로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저녁 식탁 등을 켜주는 것을 꿈꾸며 행복해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늘 버림받기만 했던 그녀는, 그래서 늘 세상 어느 곳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며 살았던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나는 나로 인하여 얽힌 인연들을 사랑하며 살았을까'




사랑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남에게 기대를 너무 많이 하는 거...... 그게 문제겠지요.
사랑한다는 건 내가 못다 푼 한을 대신 풀어달라고 남에게 기대를 하는 거,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식이든 남편이든.

『착한 여자 2』 p.334



공지영 작가가 던진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정인의 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얽힌 인연들과의 관계가 힘들었던 이유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서, 그게 문제였던 게 아닐까. 조금 덜 기대했더라면 어쩌면 정인의 삶이 그토록 불행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정인은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그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도 없지 않았을까.


『착한여자』는 단순히 '오정인'이라는 한 여자의 인생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는 소설이기도 했고, 이 땅에 퍼져있는 수많은 차별과 멸시들을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회문제 제기를 넘어 그 해결책도 함께 알려주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정인과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세운 '사람이 사는 집'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 수많은 사회문제들 중 가족문제, 가사·육아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사람이 사는 집'처럼 우리 공동체가 서로의 가사와 육아를 돕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한부모 가정까지 우리 사회가 껴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회가 규정한 그 온전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정인이처럼 착한 여자로 살아야만 하는 이 땅의 또 다른 정인이가 조금은 살기 좋은 세상이 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누구보다도 아픈 청춘을 보낸 정인이가 이제는 부디 자신을 사랑하며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더불어 늘 힘들 때마다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던 명수하고도 잘 되기를, 부디 많은 사랑을 주고 받으며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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