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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최저임금 인상으로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노동자들이 조금은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인상을 하고 보니 이곳저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비원들은 단체로 해고를 당하는가 하면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찾기가 힘들어 다음 학기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고, 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이 줄었을 뿐 결국 월급봉투의 무게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들대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보다도 못 버는 처지가 되었노라 한탄한다. 분명 취지는 좋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 걸까? 누군가의 말처럼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일까? 그렇다면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까? 큰 이변이 없는 한 평생 근로자로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찍고 있을 때쯤 여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부러진 사다리』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불평등을 주제로 한 책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수도 없이 분석하고 연구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주제이기에 주제 자체만 보았을 때 별 특별할게 없는 책이다. 그런데 저자가 사회학자가 아닌 심리학자란다. 그리고 불평등=가난이라는 통념을 깨고 불평등과 가난은 동의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불평등과 관련해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실험심리학을 이 책 한 권에 담고 있다. 그는 불평등과 가난이 아주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며 불평등이 심해지면 경제적으로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빈곤감을 느끼고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 불평등한 나라인 미국을 그 예로 들면서 말이다(p.12).
그는 무상 급식에서 시작해 불평등이 정치 성향을 어떻게 가르는지, 인종차별과 소득 불평등이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정한 급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신을 비롯해 각계의 학자들이 실시한 각종 실험들을 바탕으로 불평등은 가난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자신의 주장을 하나씩 입증해 나간다. 그리고 불평등의 원인을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다루었던 기존의 학자들과 달리 불평등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폐해를 중심으로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해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8장 '일터에서의 사다리'는 앞에서 언급했던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인 최저임금과 맞물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이었다. 저자는 가장 직접적인 불평등을 경험하는 곳으로 직장을 들면서 급여, 직위, 권력에 의한 불평등 여부에 따라 우리가 자신의 일에 부여하는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p.216)를 이장에서 풀어낸다. 저자가 말하기를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 간 실적 차이에 최고경영자가 미치는 영향은 고작 5퍼센트 밖에 되지 않더라고 한다. 그리고 임금 불평등이 심하면 최저 임금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작아지지만 그렇다고 최고 임금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커지지도 않더라는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그러면서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은 정체되고, 임원들의 임금만 점점 오르고 있는 현 추세는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이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임금이 일정 금액 넘어가면 급여에서 오는 만족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근로자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에 따라 직위에 따라 임금 격차가 생길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격차가 많이 나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최고경영자가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최고경영자와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가 커질수록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이는 결국 불안하고 건강치 못한 사회를 만들게 된다, 뭐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장을 읽는 동안 최저임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다. 원래 난 최저임금 인상이 옳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막상 올리고 나서 사회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문제들로 나 역시 최저임금을 낮추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었다. 그러나 그런 의문은 접어두기로 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분명 필요한 것이고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고치고 보완해나가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만 인상을 할 때 신중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소득이 증가해도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사회 구성원이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면 결코 행복한 사회가 될 수가 없다. 단순히 경제 지표를 가지고 행복을 설명하기보다는 이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어떻게 줄이며 공정한 경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책 표지 뒷면에도 적혀 있듯 정말 이 책은 정치하시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