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울
쉬사사 지음, 박미진 옮김 / SISO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감기만큼 흔하다고 해서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앓아봤을 정도로 현대인들에게는 아주 흔한 질병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종종 마음의 감기를 앓고는 한다. 그리고 요 근래에도 이 마음의 감기라는 녀석과 동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난 내가 우울해도 그동안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성격 자체가 원래 무한 긍정이 아닌 데다가 남들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에 기분이 종종 가라앉는 것은 내게 큰일이 아니었다. 근데 얼마 전 직업상담을 받기 위해 심리검사를 했다가 내가 심한 우울증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끽해야 가벼운 불안장애 정도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못한 결과에 많이 놀랐다. 상담해주던 선생님도 내가 겉보기에는 밝아 보여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 못했다며 30분 예정이던 상담을 1시간 넘게 해주셨다. 그것도 직업 상담이 아닌 인생 상담으로. 그러면서 원래는 이런 경우 병원 진료를 권하는데 지금 시험이나 취업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상황이니 산책이나 독서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려보고 그래도 힘들다 싶으면 병원 상담을 한 번 받아 보라고 권하셨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막상 이런 진단을 받고 내 눈으로 내 감정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더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히려 하고 있던 독서마저 흥미가 뚝뚝 떨어졌다. 올 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책 읽기를 시작한 이후 분명 아주 미세하게나마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더 무기력해졌다. 그동안 살면서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많기는 했지만 요즘만큼 제어가 안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괜한 자존심에 약해 보이면 불쌍해 보일까 봐 그동안 주변 사람들 앞에서는 애써 밝은 척, 괜찮은 척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고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의욕도 사라져 또다시 넋 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이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가 실제 우울증을 겪고 쓴 이야기라는 이 소설을.

<<안녕, 우울>>은 중시시라는 한 여자가 우울증으로 겪게 되는 감정 변화와 그로 인한 주변 사람들과의 마찰 그리고 우울증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중시시는 어느 날부터 알 수 없는 감정에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며 무기력해져 간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친구와 갈등을 겪는다. 중시시는 끝없이 가라앉는 마음과 멈추지 않는 눈물과 싸우면서 동시에 이를 답답해하는 남자친구와도 부딪치며 감정 밑바닥까지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뒤덮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열심히 중의학도 공부하고 성경도 공부하며 조금이라도 우울감을 털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평소 좋아하지 않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푹 빠지면서 그의 취미이기도 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고 그녀는 우울증에서 조금 더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 렁샤오싱과의 관계는 악화만 되어 가고 결국 그녀는 렁샤오싱을 떠나게 된다. 다행히도 오히려 그 잠깐의 이별은 그 둘을 다시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중시시는 렁샤오싱과의 재결합 이후 작가가 되어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게 된다.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중시시가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과 함께 해줄 동지를 얻었으니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 아닐까.

소설을 읽는 동안 나와 너무나도 닮은 중시시를 보며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그녀의 성격이며 생각이며 하다못해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까지 어쩜 그리도 나와 닮았던지. 처한 상황은 서로 달랐지만 우울감으로 인해 감정 밑바닥을 경험하고 있다는 동질감에 그녀를 응원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제 나도 다시 중시시처럼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 책 부록으로 뒤에 '스트레스를 줄이는 10가지 팁'이 있던데 그중 몇 개를 골라 실천해봐야겠다. 굿바이의 의미를 담아 나도 안녕, 우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나에게도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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