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 6월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가라앉아있던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나름 활기차게 살아보겠다고 미라클 모닝도 하고 새로 변화도 주며 바쁘게 지내보려고 애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 가라앉고 더 짜증이 몰려왔다. 지금까지는 뭐 열심히 안 살아서 이렇게 됐나 싶어서 열심히 살기 싫어졌다고나 할까?

그래서 6월은 그냥 게으름을 마구마구 피우고 울적하면 울적한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괜히 어설프게 지금 이 감정에서 벗어나겠다고 애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감정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오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고 나니 이제 정말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이 책은 한참 바닥을 칠 때 눈에 들어온 책이다. 출간되기 전 책 소개를 읽고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출간이 되어 다소 늦게나마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절망'이라는 글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절망 전문가'가 추천하는 '절망 극복법'이라는 책 소개도 마음에 들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절망 전문가라고 하는 것인지 저자에 대한 궁금증도 한몫했다.

저자 가시라기 히로키는 대학 재학 도중 난치병을 선고받고 13년간 투병 생활을 했다고 한다. 잘 나가던 자신이 한순간에 환자가 되어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온 경험을 한 그는 그 시절이 자신에게는 절망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때가 자신의 인생 각본을 수정해야 하던 때였노라 고백한다.

인생의 전환기. 누군가는 예기치 못했던 행운으로 누군가는 좌절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p.40). 저자는 후자였다.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그 절망과 좌절의 순간에 자신의 인생 각본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에는 책과 이야기가 동행자가 되어 준다.

책은 1부와 2부로 크게 나뉜다. 1부는 절망이 찾아왔을 때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그 답을 '절망 독서'에서 찾는다.

저자는 1부에서 어설프게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찾아다니지 말라고 조언한다. 차라리 절망이 찾아왔을 때는 충분히 슬퍼하고 절망하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극복에 필요한 시간은 다르기에 주변에서 이제 그만하라고 말해도 자신이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벗어날 준비가 다 될 때까지 충분히 슬퍼하라는 것이다.

1부를 읽으면서 난 정말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절망이 찾아오거나 슬픔이 찾아오면 하루라도 빨리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도 빨리 벗어나라고 어설픈 위로들을 마구 해댄다. 하지만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게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절망이 찾아왔을 때는 충분히 절망하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무척 공감이 갔다.

 저자가 추천하는 절망 극복법 3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둘러 절망을 극복하려 하지 말 것.
둘째,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먼저 고를 것(절망 독서).
셋째, 충분히 절망을 공감한 뒤에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접할 것.

저자는 일명 '절망 독서'를 권하고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배척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독서에도 때가 있기에 절망이 찾아왔을 때는 절망을 다룬 책들을 먼저 읽으면서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보고 그다음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겼을 때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접하라고 권하고 있을 뿐이다.

2부는 1부를 바탕으로 저자가 실제 절망의 시기에 읽었던 책과 보았던 드라마,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책과 드라마도 있었는데, 구할 수 있는 것들만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특히 카프카 전집과 카슨 매컬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은 꼭 읽어 봐야겠다.

서둘러 절망을 극복하려 하지 마세요!

<<절망 독서>>는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한 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절망감이 들 때 좋은 이야기,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힘이 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절망 독서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 저자 또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다만, 그런 좋은 말들이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차라리 절망을 벗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감정 밑바닥까지 내려갈 만큼 다 내려갔다가 지금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경험자로 말하건대, 그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후련한 기분도 들고, 포기할 것들도 딱딱 보이고 반대로 지켜야 할 것들도 보여 한결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더라.

기운을 내라, 긍정적으로 살아라, 밝게 살아라는 말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저자는 예방주사처럼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오기 전에 이 책을 미리 읽어보기를 추천하던데 개인적으로 절망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기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절망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며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온갖 좋은 말들과 위로들도 더는 힘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행운이 아닌 좌절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나도 절망 독서를 하면서 이제 나의 인생 각본을 다시 써봐야겠다.  절망의 시기에는 절망 독서를 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