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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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말 독특하고 창의적인 전개 구조를 가진 소설을 만날 때가 있다.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그랬고, 박민규 소설가의 <카스테라>가 그랬다. 이런 소설들은 읽는 동안 그 낯선 전개 구조에 때로는 감탄을 때로는 질리기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내 마음에 콕 박혀 눈물을 흘리게 해 읽는 동안 많이 힘들었음에도 그래도 너무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이런 종류의 소설을 찾아가며 읽지는 않았다. 머리 나쁜 나에게는 이런 종류의 소설보다는 직관적이고 쉬운 소설들이 읽기에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전개 구조를 가진 이런 소설들을 한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이런 종류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엘리너 캐턴의 <리허설>이 그것이다.

28세의 나이로 두 작품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맨부커상을 거머쥔 천재 작가.

<리허설>을 쓴 작가 엘리너 캐턴을 소개하는 글이다. 그리고 <리허설>은  그녀가 23세에 쓴 '놀랍도록 발칙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데뷔작이다. 책 앞면에는 이 소설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가 가득한 페이지가 나온다. 작가에 대한 소개 글도 그렇고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도 그렇고 <리허설>을 읽기 전부터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큰 기대감을 안고 페이지를 넘겨 읽기 시작했다.

엘리너 캐턴의 <리허설> 중에서

이 소설은 스승과 제자의 섹스 스캔들이 일어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그리고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인 빅토리아의 여동생 이솔드와 연기학교 학생인 소년 스탠리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정작 중심 줄거리일 거라고 예상했던 섹스 스캔들은 이 소설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전달만 될 뿐이다. 무엇무엇 카더라는 식으로 말이다.

갑자기 조명이 바뀌었고 색소폰 선생은 흐리고 흑회색으로 줄이 간 누군가의 홈비디오가 눈앞에서 상영되는 것처럼 그 모습을 훤히 볼 수 있었다.
p. 390

작가는 이처럼 수많은 연극 무대장치들을 이용해 이 이야기가 무대 위 이야기인지 현실 속 이야기인지 분간이 어렵게 만든다. 읽으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부분도 이런 거였다. 지금 이 이야기가 현실 속 이야기인지 아님 연극 무대 위에서의 이야기인지 헷갈려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전개 구조는 한껏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긴 나를 온전히 이 소설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소설을 반에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내게는 너무나 난해한 소설이었고 어려운 소설이었다. 오랜 시간 붙들고 읽은 책이었지만 도통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동을 주는 소설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다 읽고 나서 남는 것이라고는 전개 구조가 참 독특하네, 신선하네 정도일 뿐.

발칙한 데뷔작이라는 말처럼 적어도 <가십걸>이나 <스킨스> 정도의 발칙함과 당돌함을 구경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면 내 취향의 소설이 아니었어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엘리너 캐턴의 이번 작품은 내용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주었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어쨌든 독특한 전개 구조는 그녀가 독창적인 작가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기에 다소 덜 다듬어진 데뷔작인 <리허설> 이후 다듬고 다듬어진 상태에서 그녀가 쓴 소설이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벼운 소설을 원한다면 이 소설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가볍게 읽기에 만만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독창적인 전개 구조가 궁금하고 그런 소설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도전해보시길.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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