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 모든 사랑의 순간마다 함께할 마흔네 가지 사랑 이야기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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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끝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진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였다. 오랜 기간 좋아했던 첫사랑의 잔상 때문인지, 이성한테 크게 관심이 없었던 탓인지 몰라도 몇 번의 연애 경험은 있지만 다들 짧았고 그렇기에 진짜 사랑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었다. 뒤늦게 저무는 나의 20대가 안타까워 진지하게 누군가를 만나보려고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다. 마음만 먹었을 뿐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연애는 늘 그렇듯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돌이켜보면 내 20대는 정말 재미없었다. 친구들이 청춘사업으로 바쁠 때 난 내 미래를 걱정하느라 바빴다. 곧 없어질 시험과 그 시험을 대체하는 다른 길을 두고 고민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곧 없어지고 합격 확률도 낮은 시험보다는 그래도 대체된 길이 낫지 않을까 해서 갔던 그 길도 결국 원하는 곳이 되지 않아 돈과 시간만 써버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그저 휩쓸려 갔던 시간 속에 난 나이만 먹고 있었다. 친구들이 청춘사업으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인간으로 여자로 성숙되어가고 있을 때 난 그러지 못했다. 내 연애는 늘 가벼웠고, 또 가볍기를 바랐기에 실패해도 크게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은 이제 웃으며 그래도 그 사람과 이런 추억이 있지,라고 말할 때 난 생각 나는 사람도 추억도 없었다.

그래서 서른이 되면서 실패해도 좋으니, 아파도 좋으니 진짜 사랑이 해보고 싶어졌다. 결혼을 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런 형편도 되지 않고 또 그런 제도에 아직은 묶이기 싫기에 설사 실패하더라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사람 성향이라는 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보니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 잘 읽지 않는 사랑 관련 책을 찾게 되었다.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보다는 내가 직접 겪고 부딪쳐 보는 게 낫다는 것을 알지만 혹 작은 실수로라도 좋은 인연을 놓치지 않게 나부터 나의 사랑관을 정립해 둘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다.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는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연애 요령이나 기술 따위를 가르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였다. 내 사랑관을 정립할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기에 그런 책들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책은 그런 나의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마흔네 가지 사랑 이야기를 접하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것 같다. 그동안 '사랑'은 내 인생에서 우선순위 밖에 있는 항목이었다.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성격 탓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연애는 늘 내가 시작하기보다는 상대방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첫사랑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서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서 난 연애에 응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 연애들은 때로는 내 자격지심에 때로는 내 이기심에 끝나고 말았다.

p.193
그에게, 사랑에게, 의지하려 하지 마라.
사랑은 분명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것이지만,
의지하려는 마음이 먼저 생길 때엔 낭패하기 쉽다.
단독자로 자유로운 후라야 사랑에 성공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 연애를 시작한 경우 그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니거나 의지하고자 하는 내 마음을 이용해 자기 멋대로 굴려는 모습이 보이면 곧 이별이 찾아왔다. 내가 상대방에게 의지하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의지하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싫었고, 꼴에 자존심은 세서 함부로 대하는 건 또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의 연애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서 하는 사랑은 결코 오래갈 수도 완성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의지하려 하지 말라는, 단독자로 자유로운 후에야 사랑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졌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자신을 내가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 때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일단 나부터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 또다시 약한 마음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 일이 없도록, 내가 선택한 사람과 내가 먼저 시작해 사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p.234
청춘을 통과하며
내가 고독과 잘 놀아주게 되었을 때,
아파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처음처럼 생겨났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꼭 이 외로움이라는 녀석이 동반이 된다. 타지 생활을 할 때도 그랬고, 늘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자신들의 짝을 찾아갔을 때도 그랬다. 혼자서도 잘 논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놀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혼자 노는 것과 놀 사람이 없어서 혼자 노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외로워서 시작한 사랑 역시 오래갈 수 없다. 고독을 즐길 줄 안다는 거, 그건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말이 아닐까.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를 통해 진짜 사랑을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사랑에게 의지하지 말 것, 고독을 즐길 줄 알 것. 내 연애가 늘 가볍고 짧았던 이유는 사랑에 의지하려고 했고 외로움을 못 견뎌 선택한 경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정말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냥 그 순간 나를 좋아해 주니까 선택했다가 이내 후회하게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오래갈 수도 없었고 말이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가치가 있듯 건강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위한 보편적인 사랑관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사랑관을 자신에게 맞춰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혹 나처럼 진짜 사랑을 하고 싶은데 어떤 게 진짜 사랑인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진심으로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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