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이 없습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고성미 옮김 / 들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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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요즘 많이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고령화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는 증가하는데 취업난에 따른 결혼, 출산 포기로 그를 뒷받침해줄 젊은이 수가 점점 줄어들어 사회문제라는 기사가 연신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연금만으로도 살만했지만 점점 줄어드는 연금과 생각보다 더 길어진 수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후 걱정을 하고 있지요.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노후를 준비 못하신 부모님들이 꽤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집만 보더라도 저희 키우시느라 부모님이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못해 놓으셨으니까요.

자식인 저라도 돈 많이 벌어 부모님을 제대로 부양할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팍팍해지는 현실 앞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요즘입니다. 어떤 날은 잘못된 것인지 알면서도 우리 부모님이 조금만 경제적 능력과 여유가 있으셨다면 지금 내가 좀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답니다. 참 못난 딸이 아닐 수 없죠.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도 해요. 결혼을 아예 안 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포기하고 부모님 노후를 책임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 노후까지 책임질 자신이 솔직히 지금은 없다 보니 이런 생각도 종종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제게는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늦어버린 결혼, 출산이 아닌 부모님의 노후입니다. 쥐꼬리만한 부모님 연금으로는 지금보다 더 힘들게 사실게 뻔한데 자식으로서 그런 모습은 또 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런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한 때에 <노후자금이 없습니다>라는 일본소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설은 좋아하지만 일본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다른 날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소설인데 <노후자금이 없습니다>라는 이 제목에 책을 펼치게 되었답니다.

이 소설은 아츠코라는 평범한 주부가 자신의 노후자금을 사수하는 이야기입니다. 생각 못 한 구조조정과 나이 드신 부모님의 부양, 그리고 시아버지의 비싼 장례식 비용과 자식 뒷바라지도 못 자라 거금의 결혼식 비용 부담까지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 자신의 노후자금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는 상황에서 아츠코는 어떻게든 통장 잔고가 더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지요.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이기에 소설 속에는 이제 막 우리가 고민하며 걱정하기 시작한 문제들도 있었고, 아츠코와 시어머니가 했던 연금 사기와 같은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당장 내일이라도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문제들도 담겨 있었습니다.

취업난 등으로 먹고살기 힘든 자식들이 부모의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과 그 연금이 끊어질까 봐 부모의 실종이나 사망을 알리지 않은 채 연금 사기를 저지르는 모습은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곧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거워지게 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아주 다행스럽게도 "역시 소심한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하나 보다."(p.298)라는 아츠코 시어머니의 깨달음으로 연금 사기는 막을 내리지만 말이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이나 한국이나 허례허식이 문제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비싼 장례식 비용도 그렇고 비싼 결혼식 비용도 그렇고 당사자와 가족들을 위한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겉만 번드레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아츠코의 친구 사츠키네가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은 없고 겉만 치장한 장례식이 아닌 고인과의 지난날을 추억하며 비록 형식이나 절차는 간소하지만 가족들이 온 마음을 다해 장례를 치르니까요. 괜히 없는 형편에 다른 사람들 시선을 생각해 무리하게 격식을 차려 상을 치르는 것보다는 훨씬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한다면 제 앞가림은 제가 해야겠다,라고 말이죠. 그게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또 부모님이 기뻐하실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더는 손 벌리지 않는 거, 부모님 걱정하시지 않게 알아서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게 부모님의 얼마 되지 않는 노후자금을 지켜드리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래야 부족한 부모님의 노후자금을 제가 조금이라도 보태드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노후자금이 없습니다>는 이제 막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에게 앞으로 닥칠 문제들을 미리 경험하게 해주던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츠코와 그 친구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미리 우리 미래를 준비하고 비록 지금 노후자금이 없어서 절망스럽더라도 살아내다 보면 이 또한 견딜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던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더불어 돈 때문에 싸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의 핏줄인 가족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가족소설이기도 했고요.

여전히 노후자금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거기에서 또 나름의 행복을 찾아내는 아츠코처럼 저도 저희 가족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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