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첫 탄핵 대통령이 나오게 되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반인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이제 국민들의 시선이 검찰로 향하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우리는 그동안 걸쳐갔던 그 어느 특검보다도 열심히 일했다고 평가받는 박영수 특검을 아쉬움 속에 보냈다. 그리고 그 아쉬움 속에는 검찰로 넘어간 이번 국정 농단 사건이 또다시 높으신 분들이라는 사람들에 의해 축소되고 어영부영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국민들이 특검을 그토록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정작 믿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검찰이 보여준 권력에는 마냥 약했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국민들 중 한 명이였다. 지금의 검찰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라고 외치지만 정작 권력에는 약한 사람이 검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을 통해서 검사라는 직업이 마냥 권력지향적이지만은 않음을,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일반적인 상식과 고민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모든 검사들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대부분의 검사들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만큼 이 책에서 보여준 검사의 모습은 따뜻했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검찰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주었던 것 같다.

총 44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던 이 책은 저자가 검사로 있으면서 만났던 피의자들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검사로 있으면서 느꼈던 감정들, 어린 시절 추억들을 담고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단순히 기록을 하나의 사건만으로 보지 않고 사건 하나에 인생 하나(p.136)라던 어느 선배의 말처럼 기록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보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던 검사였다. 그런 그의 노력과 고뇌가 책 이곳저곳에서 묻어져 나왔다.

어떤 에피소드는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던 에피소드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가치판단의 문제이기는 하나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에피소드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지난날을 반성하던 이야기, 공황장애라는 검사라는 직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병을 앓았던 이야기들은 정말 많은 공감과 저자를 조금은 친근하게 느끼게 했던 것 같다.

특히나 사법시험에 연거푸 떨어졌던 이야기와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과 가족을 돌아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나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나이는 계속 먹는데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하고 있는 일에 미련을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하지도 않는 내가 너무 답답해 자꾸만 나 자신에게 욕을 하고 비난하고 자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도 그런 아프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버티어 지금 그 자리에 있게 되었다는 게 알 수 없는 동지감도 주면서 저자가 자신에게 다독이며 했던 말들이 왠지 나에게 해주는 말인 것 같기도 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가족들을 향한 사랑과 책에서 느껴지던 주변을 바라보던 저자의 따뜻한 눈길은 내가 어떤 어른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었다. 검사 안종오보다는 인간 안종오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사람 냄새가 나는 검사. 정말 멋있고 훌륭한 분인 것 같다. 저자로 인해 검사라는 직업이 보다 편안하고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앞으로 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도 검찰이 열심히 해주어 그동안 나를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불신을 조금 사그라뜨려주기를 바라본다.

마지막은 이 책 끝 페이지로 마무리해볼까 한다. 정말 와 닿는 말들이 많았지만 특히 이 페이지에서는 눈물까지 났던 터라 남겨본다. 내가 나를 아껴야 남들도 나를 아낀(p.306)는 이 말, 가슴 깊이 새기자. 나는 그리고 당신은 소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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