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살면서 2번이나 암 진단을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20대에 암 진단을 받는 사람이. 이번에 읽은 <비포 아이 고>는 스물세 살에 진단받았던 유방암이 재발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스물일곱의 데이지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힘겨운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유방암을 이겨내지만 결국 암은 다시 재발하여 그녀의 온몸에 퍼진 상태로 발견이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고작 4개월, 길어야 6개월이라는 시간만이 남게 되는데, 그녀는 그 시간 동안 자신이 떠난 후 혼자 남게 될 남편을 위해 남편의 아내가 되어 줄 새로운 여자를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데이지가 다시 걸린 암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위해 생각해낸 다소 엉뚱한 '남편의 아내 찾기 프로젝트'를 역시 그녀의 감정선에 따라 어떻게 실천하는지 보여준다.


그녀는 그토록 열심히, 꼼꼼히 자신의 남편 잭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찾아 나서던 처음과 달리 막상 잭이 자신이 적격이라고 생각한 여자와 친밀한 모습을 보이자 질투에 휩싸인다. 그 질투는 그녀의 뇌종양으로 생긴 건망증과 함께 그녀의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그녀와 그의 사이에 오해를 키워 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소설 후반부에는 이 질투와 오해로 인한 두 사람의 서먹함이 주로 다루어지다 보니 읽는 동안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그게 아닌데, 데이지와 잭은 왜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지, 왜 애써 그 상황을 무마하고 넘어가버리기만 하는지 솔직히 읽는 동안 얼마 남지 않은 데이지의 시간 때문에 둘의 그러한 행동들이 다소 짜증나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데이지와 잭의 감정골은 데이지의 뇌종양 수술 전후로 극에 달하지만 수술 이후 둘은 모든 오해를 풀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남은 시간 온전히 두 사람을 위해 보낸다. 늘 무덤덤하고 무뚝뚝해 보였던 잭은 두 사람의 사이가 잠시 서먹했던 그 순간에도 데이지를 위해 정원을 가꾸고 데이지를 대신해 창문 틈에 코크를 사다 끼우는 등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면서 데이지를 향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질투에 눈이 멀어 이를 몰랐던 데이지는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는 더는 잭을 위해 자신이 떠난 후 잭의 옆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아내를 찾는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이 잭과 사랑하며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결국 데이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지만 잭과 케일리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데이지가 어디에 있든 그녀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남는다. 그녀는 비록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던 이가 아니었나 싶다.


그녀의 다소 엉뚱하고 이해하기 힘든 '남편의 아내 찾기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했지만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난 왜 데이지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혼자 남을 잭이 안타깝고 걱정되어서라는 것을 알지만 나라면 그 시간을 잭과 더 사랑하며 보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잭을 믿지 못해 그런 생각을 했나 싶어 잭을 대신해 괜히 내가 데이지에게 화가 나기도 했기에 그녀의 그 야심 차게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는 정말 기뻤다.


죽음을 앞둔 여자의 이야기치고는 분위기가 그리 어둡지 않아 읽는 동안 데이지가 정말 죽을 병에 걸렸나 싶을 때가 있었다. 이는 데이지의 그 엉뚱한 프로젝트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데이지의 사랑법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는 했지만 분명 그녀의 사랑은 눈물겹고 희생적이며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그런 사랑을 받은 잭이, 그리고 잭의 사랑을 받은 데이지가 무척이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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