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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가 그렸어
김진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얼마 전에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제목에 그림을 보게 되었다. 한 소녀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살을 빼고 화장을 열심히 배우지만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도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내용의 만화였다.

짧은 내용의 만화였지만 무언가 쿵! 하면서 감동적이었던 이 만화는 한동안 계속 이 글을 읽고 또 읽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그림이 수록이 되어 있는 <딸바보가 그렸어>가 하루 빨리 출간되기를 바라게 만들었고, 운이 좋게도 출간되자마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되었다.

'필요한 사람'을 통해 알게 된 이 책의 저자 솔이 아빠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자신의 딸 솔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그림을 그리다가 이번에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굿네이버스에서 재능기부를 하며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 그는 아내가 임신 사실을 알리던 순간부터 해서 아빠 4년차에 접어든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에는 특별부록으로 이렇게 일러스트 엽서 4장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올해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이 엽서에 편지를 써서 드리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우리 집에도 있는 딸바보 아버지에게 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딸바보가 그렸어>를 읽으면서 가끔 우리에게 넌지시 전하던 아버지의 마음이 엿보여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어느 아버지든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은 다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필요한 사람' 외에도 좋은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아무것도 못하니까'도 참 좋았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질 때 그 사람이 무언가 잘하거나 어떤 매력이 있을 때 좋아하게 된다. 그 사람이 조금 모자라거나 부족하다 싶은 경우에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친구를 사귈 때도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잘 놀거나 하는 친구들이 인기가 많고,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도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 하지만 부모님은 자식이 무언가를 잘해서 사랑하기보다는 못하기 때문에 더 사랑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한다. 때로는 잔소리를 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다그치시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걸 깨닫게 해주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아빠 없으면 안 되겠지요?"
요즘도 가끔 내가 나이에 맞지 않는 멍청한 짓을 하면 대신 해주시면서 내게 하는 말.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또 생색내신다고 투덜거렸지만 여기에는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는걸, 나의 모자람을 사랑스러워하시던 말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달팽이처럼 느려도 꾸준히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솔이가 그렇게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나 역시 바라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들게 했던 그림이지 않았나 싶다.
예비 부모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예비 부모들에게는 공감과 함께 준비서로, 훌쩍 자란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는 지난날 추억을 되새기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감동과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었던 <딸바보가 그렸어>. 문득문득 앞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날이 오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러한 두려움을 조금은 떨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날이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나도 저자 부부처럼 좋은 부모가 될 준비를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