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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명세 지음 / 청조사 / 2014년 10월
평점 :
모든 남녀가 사랑을 할 때, 결혼을 꿈꾼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환상을 하나쯤 안고 산다. 각자 꿈꾸는 결혼이 어떻든 모두들 행복한 결혼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알콩달콩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서 예쁜 집에서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물론 자신이 꿈꾸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꿈꾸던 결혼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을 한다. 결혼은 현실이라면서 말이다. 내 주변에서도 간혹 결혼한 분들이 그러한 이야기들을 할 때가 있다.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지지 말라는 격한 조언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때로는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수많은 소설과 드라마, 영화가 이러한 조언을 우리에게 건네기도 한다. 작년에 개봉된 신민아, 조정석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도 그러한 조언을 아끼지 않던 영화 중 하나였지 않을까 싶다. 고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을 아쉽게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소개를 보면 평범한 남녀가 만나 사랑해서 결혼을 하지만 자신들이 상상해오던 결혼과는 먼 생활에 서로 오해를 하고 갈등하는 내용을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하여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놓쳐 아쉬웠던 중에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여 이번에 소설로 대신 접해보았다.
생각보다 책이 많이 얇았다. 1-2시간 안에 후딱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소설이라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나서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고 스스로도 결혼이 그리 환상적이고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영민, 미영 커플을 통해 결혼의 또 다른 면을 만나니 결혼을 정말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랑은 진정 무엇일까,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보니 인물들의 심리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 않다. 상황 설명도 그리 자세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되는 장면도 간혹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영민이 미영이를 오해하는 장면은 살짝 유치하게 다가오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드라마틱함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현실에서 드라마틱한 이유로 상대방을 오해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말이다. 모두들 유치하고 사소한 것들로 상대방을 오해하고 싸우니까. 읽는 동안 정말 실제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야기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영민이가 미영이를 두고 다른 여자를 품으려고 했을 때는 혈압이 극도로 올라갔던 것 같다. 아무리 오해를 하고 있다지만,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어서 말이다. 그 오해를 풀 생각을 왜 하지 못하나 싶어 안타까웠다.
내성적인 남자와 외향적인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한다. 남자는 결혼에 대한 큰 환상을 품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 환상과 달랐고 작은 오해로 질투에 휩싸인 남자는 여자와 잦은 다툼을 벌이며 멀어진다. 소설은 남녀의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었을 때 보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영민과 미영 커플을 통해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결혼이 사랑의 완성인가에 대한 물음을, 여자와 남자가 하나가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소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활동을 하는 남자의 성장과 주부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여자가 느끼는 소외감을 그리며 이 커플의 불균형도 보여주는데,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와 달리 요즘은 대부분이 맞벌이라 다소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결혼 이후 부부가 함께 성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던 부분이라 의미 있지 않았나 싶다. 결국은 미영이 복통으로 쓰러지면서 이 둘은 화해 아닌 화해를 하게 된다. 미영이 입원을 하면서 영민이 그 빈자리를 느끼며 미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싸운다.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사랑한다 수없이 말하면서 그들은 함께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결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그렇다. 이 작품은 결국 사랑이 무엇인가, 결혼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싸우고 화해를 반복하면서 살다 보면 언제가는 알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할 뿐이다. 분량은 굉장히 가벼웠지만, 읽고 나서 뭔가 더 얹어진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나 싶다. 여전히 사랑은 어렵고, 결혼은 더 어렵다.
결혼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문구지만,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잊지 말아야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해 남겨본다. 어릴 적에는 사랑은 마냥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으로 인한 아픔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픔이 있기 때문에 사랑이 더 빛이 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그 아픔을 견딘 후 사랑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