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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 산업주도권과 추격사이클
이근.박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초등학교 6학년 올라갈 때쯤이었을 것이다. 아빠 손 잡고 늘 그랬듯 첫 학기에 앞서 필요한 참고서와 공책 및 필기도구를 사러 보수동에 갔었다. 그리고 그 날 처음 '워크맨'이라는 신기한 물건을 만나게 되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빠가 당시에는 10만원이 넘던 나름 고가의 물건이었던 그것을 나에게 안겨주었을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지금까지 항상 밖에 나갈때는 내 귀에는 이어폰이 꽂아져 있다. 물론 더이상 워크맨은 아니고, 워크맨에서 진화를 거듭하여 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있다.
아빠가 사준 워크맨, 사촌 오빠가 쓰던 CDP, 한 달 3만원인 용돈을 아끼고 아껴 산 MP3 플레이어, 그리고 어느새 음악을 듣기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된 휴대폰. 이렇게 나는 휴대용 음악 재생기와 27년 내 삶에서 반을 함께 보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당시 획기적이고 영원할 것 같던 것들이 추억이 되어 버리고, 처음 사용할 때는 전화와 문자만 가능했던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어느 장소에서든 음악을 다운받아 사용하게 된 것이 참 신기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종종 이어폰을 꽂고 거리를 거닐며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며 감성에 젖곤 했지만, 이러한 급속한 산업 변화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저 '와~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네'로 끝났을뿐. 그런데, 이번에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을 읽으면서 그토록 내 삶을 윤택하게 해준 이 변화들을, 그래서 다소 지나가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만든 이 변화들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경제적 측면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휴대폰, 게임, 휴대용 음악 재생기, 반도체, 자동차, 철도, 제약 산업을 중심으로 '추격 사이클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국의 정부, 기업, 산업 차원의 대응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형태로 원고가 작성되어 있어 처음에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느낌도 있었지만, 개념 정리를 잘해주고 있어 개념만 제대로 숙지하고 책을 읽어나간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각 산업별로 어떤 '기회의 창'을 통해 추격과 추월, 추락이 이루어지는지 설명하면서 앞서나가던 기업이 후발주자에게 어떻게 추월을 당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읽는 동안 하나의 게임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우리나라 기업이 앞서나가던 다른 나라 기업들을 추월할 때는 뭔가 모를 뿌듯함과 대견함이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중국과 같은 막강한 후발주자가 우리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산업에 있어서는 나도 모를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감정은 내가 몸소 몸으로 겪은 휴대용 음악 재생기 산업과 평소 자랑스러워하던 휴대폰과 반도체 분야에서 뚜렷하게 들었다.
결국 하나의 기업이 하나의 산업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기위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절히 대응해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산업이 그 나라의 주요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산업의 발전은 해당 기업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부의 적절한 뒷받침도 있어야 그 산업이 발전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다소 딱딱해보이는 표지와 전문서적같은 느낌의 제목때문에 어려울까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경제이론은 초보인 내가 읽어도 술술 읽힐 정도로 쉽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산업들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해하기도 수월했고, 중심 산업에서 선두주자로 서기 위해서 혹은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처들이 필요한지도 연구되어 있어서 평소 이런 분야에 관심있던 사람들에게는 미래를 보는 눈을, 나처럼 평소 관심없던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이 편리한 기술의 혜택에 대한 관심들을 가질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저자가 산업별 외에도 국가별, 기업별로 연구한 것들이 있던데, 이 3권을 함께 읽는다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경제흐름을 조금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을것 같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