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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북의 1 - 닥터 이방인 원작 소설
최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얼마 전에 시작한 SBS 월, 화 드라마가 요즘 화제이다. 작년에 대박이 터졌던 일명 '너목들'로 불리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스타 반열에 오른 이종석과 그에 못지않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이휘경, 박해진이 나온다는 소식에 이미 방영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드라마, "닥터 이방인"이 드디어 시작한 것이다. 첫 방송부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들로 눈길을 끈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그 재미가 더해져가고 있다. 시청률 면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큰 성과는 없지만,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나 역시 요즘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처음에는 병원 이야기라고 해서 다소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히 재방을 보고 빠져들어 본방사수를 하게 된 드라마이다. 탈북 외과의 '박훈'이 남한에서 어떤 의술을 펼칠지, 그토록 찾아 헤매고 있는 자신의 연인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열심히 시청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훈의 연인 송재희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승희라는 인물의 정체가 궁금해지고, 박훈이 과연 약속한 수술들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지면서 그리고, 한재준이 왜 명우 대학병원을 가지고 싶어 하며 오수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지면서 결국 원작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드라마가 다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책을 읽고 말았다.
처음 이 원작 소설을 접했을 때, 드라마 제목과 달라 긴가민가했다. 소설 제목은 <북의>라는 주인공 '박훈'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이미 드라마와 다소 차이를 보이던 이 소설은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드라마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방송 중인 드라마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내용을 중심으로 소설과의 차이를 적으면서 소설 <북의 1>에 대한 감상평을 남겨볼까 한다. - 따라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원치 않는 분들은 스크롤을 내려 마지막 문단만 읽어주세요! -
우선, 소설은 주인공 박훈이 탈북 후 남한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야기부터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박훈이 어릴 적 남한에서 살다가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 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시작되는 것과는 달랐다. 드라마에서는 박훈이 북한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며 천재적인 실력을 지닌 외과의로 성장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이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고 생체실험 대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 이 과정을 초반부 주된 줄거리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박훈이 탈북 후 남한에서 북에 두고 온 아내를 되찾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을 버는 모습과 그래서 동우 의료원에 - 드라마에서는 명우 대학병원으로 등장함 - 들어가게 되는 모습이 초반부 주된 줄거리로 등장한다. 북한에서의 이야기는 그의 기억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박훈이 태생 자체가 북한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고, 따라서 아내, 송채희 - 드라마에서는 송재희로 등장함 - 와의 첫 만남도 드라마와 차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에서는 이 둘은 애인 사이인데, 소설에서는 부부 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의 성격과 관계들도 많이 달랐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해진이 연기하고 있는 '한재준'이다. 드라마에서는 한재준이 박훈과 라이벌로 등장하면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된 인물로 등장하지만, 소설 1권에서는 한재준과 박훈은 서로 다른 병원으로 마주치는 일이 없다. 그저 그의 연인이자 박훈의 동료인 민수현을 - 드라마에서는 오수현으로 나옴 - 통해 한재준에게 박훈이라는 존재가 언급되는 정도가 다였다. 그리고 소설에서 한재준은 동우 의료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세종 의료원 이사장의 아들로 등장해 드라마에서처럼 동우 의료원을 가지기 위해 수현에게 접근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목적을 가지고 그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현 쪽이었다. 그리고 수현도 드라마에서와 달리 동우 의료원 이사장의 딸이 아닌 평범한 의사의 딸로 등장한다. 이렇듯 드라마와는 다소 다른 캐릭터들로 소설을 읽는 동안 잠깐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금봉현'과 '윤하영' 이라는 인물도 들 수 있는데, 금봉현의 경우 드라마에서는 순박하면서도 반듯한 이미지였던 그가 소설에서는 다소 껄렁하고, 실력은 있지만, 게으른 인물로 그려지고 있기도 했다. 물론 순정파라는 그의 특징은 소설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잘 살려져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윤하영은 사고로 청각장애를 가지게 된 인물로 드라마 속 한승희역인 것 같은데, 드라마 속 한승희와는 캐릭터 성격이 많이 달랐다. 소설에서는 박훈이 북에 두고 온 아내의 모습과 닮아 신경을 쓰는 인턴으로 나올 뿐 그의 아내라고 확신을 가지고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1권까지 읽었을 때 그녀는 한승희처럼 간첩도 아닌 것 같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도 아닌 것 같았다.
또, 중심인물 중 없던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했고, 드라마에서는 있었지만, 소설에는 없던 캐릭터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노태수'와 '문성주'이다. 노태수는 19년 전에 세이버 수술을 창안해 낸 인물로 세이버 수술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낙인찍혀 동우 의료원에서 가운을 벗고 나와야 했던 인물이다. 20년 가까이 부활을 꿈꾸며 지내다 자신이 창안해 낸 수술 집도의로 박훈이 적임자라 생각하여 그에게 아내를 찾을 돈을 주겠다는 빌미로 세이버 수술 10회 성공을 주문한다. 그리고, 문성주는 동우 의료원 부원장으로 19년 전 라이벌 관계였던 노태수를 병원에서 몰아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여자이다. 남자 못지않은 야망으로 병원 내에서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세이버 수술을 통해 그 공을 가로채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뼈대가 되는 주된 줄거리는 드라마와 소설이 비슷했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던 이야기들은 많이 달랐다. 예컨대, 아동 성폭력자가 심장 이상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나 마취의 금동현 선생의 숨겨진 이야기 등이 그랬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주된 줄거리만 소설에서 가져왔을 뿐 드라마에서는 영상으로 작업해야 하는 것들과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요소들을 고려해 많은 수정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드라마 전개가 궁금해 읽은 나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드라마의 전개가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다루어지기 힘든 주변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었다는 점은 이 소설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었다. 그리고, 타인에게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동우 의료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잘 표현해주고 있어 그 부분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소설과 드라마는 내용상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드라마 전개가 궁금해서 읽게 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기에 그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드라마에서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나 소설에서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기에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보기에도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여인만을 바라보는 박훈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이 비록 억울한 오해를 사도 침묵할 줄 아는 금동현이라는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소설을 - 특히 나와 같은 여성들에게 -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