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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찌글찌글한 축제다 - 성공의 무대를 만든 위대한 실패의 기록들
인재진 지음 / 마음의숲 / 2014년 4월
평점 :
가평에는 비가 오면 잠기는 섬이 있다. 과거에는 중국섬, 중곡섬 등 명확한 명칭 없이 여러개의 이름으로 불렸던 섬이다. 한때는 잡초만 무성하니 방치된 황무지였던 그 섬은 어느 날 한 남자의 열정으로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축제의 장소요, 가평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곳은 바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매년 열리고 있는 '자라섬'이다.
p. 19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가평군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저자 인재진 감독의 페스티벌 강의를 인상 깊게 들은 그 공무원이 인재진 감독에게 가평에서 페스티벌을 열 수 있겠냐는 문의를 하면서 이 페스티벌의 프로젝트는 시작이 된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던 자라섬을 둘러 본 인재진 감독은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음악'이라는 영감을 얻어 공연을 기획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실패들을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 짧은 시간에 성공시켜야 했던 1회 공연은 함께 작업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이해부족으로 난관에 부딪치기도 하고, 터무니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거나 협찬을 받으러 다녀야 하기도 했으며, 예상치 못한 폭우로 페스티벌 자체가 실패할 뻔도 하지만, 결국은 무사히 페스티벌을 마쳐 10년째 이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청춘은 찌글찌글한 축제다>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탄생 배경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자라섬에서 페스티벌을 이어올 수 있었던 그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생겼던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보여주며 그러한 어려움을 딛고 어떻게 지금까지 페스티벌이 이어질 수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꾸미지도 더하지도 않은 그의 이야기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이며 긍정적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명예보다는 자신의 행복이 우선인 사람임을, 실패에 주저앉고 도망치기보다는 당당히 맞서 싸우는 사람임을 말이다.
p. 133
주내용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지만, 중간중간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대학시절 아웃사이더였던 이야기, 현재 그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아내 이야기, 끝까지 지지해주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하기 전 그가 겪었던 빈곤에 대한 이야기와 청춘의 길목에서 했던 방황들도 그의 실패담으로 등장한다. 잠깐의 외도로 기획했던 인형극단 「손오공 대모험」의 실패는 그에게 뼈아픈 경험이었다고 한다. 공연의 실패도 실패였지만, 그 공연의 실패로 그는 7년간 신용불량자로 지내야 했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생신 때 제대로 된 선물 하나 사드릴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암울한 시기를 보내면서도 그는 음악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았고, 공연 기획자로서의 열정도 버리지 않았다. 꾸준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빚을 갚아나갔고,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통해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페스티벌 디렉터가 되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솔직히 난 '인재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라는 축제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기대 역시 그다지 크지 않았다. 유쾌한 제목과 "위대한 실패의 기록"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읽게 되었고, 그저 자신 없이 흔들리고 있는 나에게 혹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되었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펼친 책이었는데, 예상보다 큰 감동과 전율을 이 책을 읽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거창한 말이나, 위로 따위는 없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청춘은 한없이 찌글찌글했고,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와 위기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담백했고, 솔직했으며, 당당했다. 책 제목에서도 언급되었듯 그는 자신의 그 찌글찌글했던 청춘을 하나의 축제로 받아들이며 즐겼고, 지금도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즐기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삶과 자신의 가치관을 이 책을 통해 전함으로써 지금 흔들리고 있는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나 역시 그의 그러한 인생 경험담을 통해 이번에 큰 용기를 얻었다. 요 근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께서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나의 자존감은 그야말로 밑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에 뭐하나 물질적으로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는 내가 너무나 한심하고, 비참했다.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이에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았고,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내가 가지고 있던 꿈에 대한 신념이 옳기는 한 것인지 이제는 그 확신도 들지 않아 정말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고 내 밥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도 성실하게 할 일을 하면서 걷다 보면 내가 당도하고자 하는 곳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는 자신이 생기게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직 갚아야 하는 빚은 없다는 위안과 함께.
책을 읽는 동안 공연 기획을 하고 싶어 하는 한 친구가 생각이 많이 났다. 원래는 작곡을 전공했던 친구였는데, 진로를 바꿔 공연 기획 쪽으로 일을 알아보고 있는 친구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쪽이 자리가 많지 않다 보니 그 친구도 어떻게 길을 잡고 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 보였는데, 이 책을 꼭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라 그런 쪽으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침서로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공연 기획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그만의 노하우도 살짝 공개되어 있는 만큼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재즈를 향한 그의 무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던 만큼 재즈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 278
하지만, 가장 권하고 싶은 이들은 나와 같이 지금 한없이 흔들리고 쓰디쓴 실패를 맛보며 찌글찌글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다. 입에 발린 위로의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위안을 받고 싶은 청춘들에게 권한다. 인재진 감독은 스태프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세상에서 네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어라."라고. 이는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청춘은 찌글찌글한 축제다. 찌글찌글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이기도 하다. 축제라 생각하며 우리 모두 힘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