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양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 연말에 개봉한 영화 <변호인>이 소설로 출간되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손을 걸쳐 다시 대중들을 찾아온 것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기전에는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모티브가 된 인물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영화니, 편향적이니 하는 말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나역시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은 우려 반, 그럼에도 궁금하다는 호기심 반으로 이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런 걱정들이 말끔히 씻긴채 영화관을 나왔었다. 인물의 설정도 그렇고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인물을 추모하는 뜻한 분위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폭력, '부독련'이라는 사건을 통해 국가의 의미와 그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미, 나아가 인권과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던 영화였다. 그래서 굉장히 잘 만들었고, 보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던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내가 살고 있는 부산에 그런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늦게나마 그런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그런 양우석 감독의 영화 <변호인>이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그동안 영화를 원작으로 한 소설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소설들은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이나 재미를 온전히 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원작자가 쓴 책이 아니라 다른 작가가 각색을 해서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보고 싶었지만, 영화를 보지 못한 경우에만 소설책으로 나오면 읽고는 했다. 그런 내가 이미 재미있게 본 영화를 굳이 소설책으로 다시 만난 것은 해당 영화가 그만큼 재미있기도 했지만,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감독이 쓴 책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과 재미를 또한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읽어나갔다.

 

스토리 자체는 영화와 크게 다른게 없었다. 다만 시대적 배경 설명이나 인물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영화와 달리 잘 전달되었다. 아무래도 영상이 아닌 글로 전달되다보니 더 설명이 자세하고 상세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석이 박카스와 쌍화차를 두고 고민하던 장면(p.10)이나 부산의 대명사, 국밥이 탄생한 배경(p.58)이나 그동안 알지 못했던 완월동 이야기(p.129)는 영화에서는 그냥 생각없이 지나쳤던 부분들이었는데, 소설을 통해 왜 등장했던 것인지 이해 할 수 있었다.

 

속물 변호사 '송우석'이 변하는 과정은 정말 다시 봐도 울림이 크다. 돈 버는 일 외에는 세상 일에도, 정치에도 관심없던 그가 자신의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가 부독련이라는 사건 희생자가 되어 망가진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국민을 지켜야하는 국가가 평범한 시민과 학생을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로 망가뜨리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앞에 놓인 뻥 뚫린 8차선 도로 인생을 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송변의 모습은 큰 감동과 함께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도 느끼게 했다. 과연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폭력 앞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지키며, 나와 가족의 안위를 버리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 자신을 태울 수 있을까? 솔직히 여기에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답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송우석이라는 인물이 내게는 더 크고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자신의 아이들이 진우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로 브레이크 걸리는 세상에서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은 진우의 변론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던 그의 말은 변호사로서의 신념과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을 넘어 평범한 아버지의 간절함을 담고 있어 더 감동적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 이 영화와 소설을 보고 과연 특정 정당과 특정 인물이 떠올랐는지...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지난 우리 역사의 옳지 못한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삶에 치여 종종 잊는 우리들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힘은 특별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자각을 통해서임을, 멀리 볼 것이 아니라 내 아이와 가족들을 위해서라는 마음만 있어도 가능함을 알게해준 작품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너무 당연해서 잊고 지냈던 것 같다. 때로는 귀찮아서 권력자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알아서들 좋은 세상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나부터 나의 권리와 의무를 챙기도록 해야 겠다. 송변호사만큼 뜨겁게 나를 태울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부끄러운 삶을 살지는 않도록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