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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준 선물 - 아빠의 빈 자리를 채운 52번의 기적
사라 스마일리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에서 온 가족들이 모여 매일 저녁식사를 하는 집이 몇이나 될까? 우리 집도 온 가족들이 모여 앉아 식사 한 끼 하는 경우가 한 달에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안된다. 저녁뿐만 아니라 아침마저도 각자의 생활이 바빠 두루 앉아 먹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한
가족이 가족들과 모여 식사를 하는 그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그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비록 파병을 가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남은 가족들이 시작하는 프로젝트지만, 처음으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와 주변을 둘러보는 계기를 미국이라는 나라를 넘어 여기, 대한민국에까지 전하고 있다.

책표지부터 따뜻한 느낌이 들던 이 책은 스마일리 가족이 약 13개월간 아프리카로 파병을 떠나는 아빠이자, 남편인 더스틴 스마일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1년 동안 52번의 저녁식사를 이웃 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의 과정을 담고 있다. 둘째 아들인 오웬과 막내아들 린델의 '다 같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게 좋아요.'(p.13)라는 말에서 구상되었던 이 "스마일리 가족과의 저녁식사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첫
손님을 초대해놓고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버리는 아이들과의 갈등과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으로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던 저자, 사라의 내·외적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음을 짐작게 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은 52번이라는 저녁식사를 통해 서로
싸우고, 화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가족 외의 타인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인 가족이 된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큰 아들 포드와
사라의 이야기는 그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겪는 자녀와의 갈등과 그로 인한 힘겨움을 정말 솔직하게 담고 있어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그리고,
부모라는 역할이 얼마나 힘든 역할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했다. 때로는 아이 때문에 울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아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다가가려고
하던 사라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라는 존재의 위대함과 부모의 역할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원을 비롯해 유명 지역 인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선생님과 주변 이웃들을 다양하게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하던 스마일리 가족의 모습은 정말
보는 내내 흐뭇했다. 특히나 초대받은 손님이 누구이든 똑같이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막내 특유의 다정함으로 다가가던 린델의 모습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을 그저 똑같이 대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배경과 지위에 따라 달리 행동하게 되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마음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막상
상황이 되면 그러지 못하던 나를 반성하고, 린델의 그러한 진솔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시장님과의 만남 후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현실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고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저녁식사가 아닌 타인을 위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포드를 통해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나눌 줄 아는 포드가 진심으로 대견하면서 나도 그런 포드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사춘기로 가끔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를 달리 보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픈 아이들이 입원해 있던 병원 방문에서 둘째 오웬을 통해 타인을 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었다. 형인 포드조차 아픈 아이들이
있는 병원 방문에서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엇나가는 순간에도 차분히 배변 통을 달고 다니던 친구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카드를 만들던
오웬의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세 아이 모두 때로는 철부지처럼 굴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지만 엄마가 유방암에 걸려 슬퍼하는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에서나 다른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모습에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것 같다. 저녁식사를 통해 타인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겪은 경험에 비추어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인 나의 고개는 자꾸만 숙여졌다.
단순히 저녁식사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만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많은 저녁식사 손님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면서 나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가치관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라의 말처럼 스마일리 가족의 저녁식사는 단순히 외롭거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배우고, 이웃에 사는 다른 가족들과 저녁시간을 보냄으로써 놀라울 만큼 그들
자신을 풍요롭고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다(p.231), 고 하던 그 말이 다 읽은 지금 정말 공감이 간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군인가족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파병을 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가족들에게는 그것이 어떤 의미이고 슬픔인지 스마일리 가족을 통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는데, 군인을 비롯해 그
가족들에게도 정말 진심으로 너무 감사하다.
번역과 편집이 깔끔하지 않아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저녁식사 - 꼭 저녁식사가
아니더라도 - 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고, 그러면서 서로를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가끔 지나가는 말로
"식사 한 끼 하자"라고 말하는데, 단순히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 사람과 식사를 하면서 그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는 시간으로
만들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롭거나 특별한 사람과의 식사도 좋지만, 우선 내 주변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먼저 식사를 하는 시간을
내도록 노력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