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임미진 외 4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직업은 안녕합니까?


몇 년 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부끄럽지만, 이 대국이 있기 전까지 나에게는 이세돌 9단도 인공지능도 모두 낯선 존재들이었다. 그런 두 존재가 대결을 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국이 진행될수록 들려오는 소식이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사람이 만든 #로봇에 지다니. 아직까지는 영화에서나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로봇이, 아직은 먼 미래라 생각했던 로봇과 함께 하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이 대국이 있은 후 여기저기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교과서에서 분명 제3차 산업혁명을 가르쳤는데, 벌써 #4차산업혁명이라니. 덜컥 겁이 났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지금 이 세상도 적응을 못해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있는 나에게 미래의 #4차산업은 솔직히 기대보다는 두려운 미래였기 때문이다. 나의 이 두려움은 '미래 사라질 직업'이라던가, '인공지능에 의하여 대체될 직업' 등으로 보도되는 뉴스 앞에서 더욱 커졌다. 육체노동자인 블루칼라가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 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듯, 지금의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 노동자인 화이트칼라마저 인공지능에 의해 노동 시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대체 이도 저도 아닌 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기대에 찬 목소리를 낼 때마다 달갑지 않았다. 우려에 찬 목소리를 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자꾸만 개발을 해내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려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불안한 마음에 요즘 초등교육에서 열풍이라는 코딩이라도 배워야 하나 싶어 고민하고 있을 때쯤 미래 #직업, 뉴칼라에 대해 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은 유료 지적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독자에게 지지를 받은 콘텐츠를 선정해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북바이퍼블리의 두 번째 신간이다. 퍼블리에서 열두 번째로 1000만 원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뉴칼라 컨피덴셜>을 종이책으로 출간한 것이라 디지털 콘텐츠라는 면에서 구성도 내용도 대중적이라 읽기 편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로 위기에 봉착한 화이트칼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들의 목소리와 저자들이 꼽은 뉴칼라의 다섯 가지 조건, 그리고 한국의 뉴칼라 8인의 인터뷰 등을 담고 있다. (참고로 뉴칼라 8인에는 최근에 갑질로 문제가 되었던 셀레브 대표도 포함되어 있다. 퍼블리에서는 해당 대표의 콘텐츠 삭제는 물론 책에서도 재쇄부터는 뺄 예정이라고 한다.)

리뷰에서는 저자들이 꼽는 뉴칼라의 다섯 가지 조건과 세계적인 석학 및 뉴칼라 8인이 내놓은 '인간은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소개할까 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들



우선 저자들에 의하면 뉴칼라(New Collar)란?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인재는 어떤 특징을 갖는가. 인공지능 앞에서 무력해진 화이트칼라의 무기는 무엇인가. 인간으로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어떤 도구를 새로 쥐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은 이를 뉴칼라(New Collar)로 정의한다. 즉 뉴칼라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만이 갖는 가치를 창출하는 이, 빠르게 변하는 일의 지형에서 자신의 영역을 앞서 개척하는 이를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p.100)

이러한 뉴칼라의 정의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몇 개월간 일의 미래를 찾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치열한 토론 끝에 다섯 가지 뉴칼라의 조건을 추려 낸다.


p.101


1. 기술이 바꿀 미래를 내다보는가
2.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가
3.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4.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5.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각각에 대해 애플과 구글 등 여러 기업들을 예시로 들며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들이 언급한 다섯 가지 뉴칼라의 조건 중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가'가 뉴칼라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능력이 아닌가 싶었다. 디지털 기술이 지배할 미래에는 아무래도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혹은 디지털 세상에 퍼진 정보를 왜곡 없이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확장하며 이해할 수 있는 사람(p.108)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리고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도 많은 전문가와 뉴칼라들이 강조하고 있던 "협업"과 연결되어 유심히 보았던 부분이었다. 뉴칼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협업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p.123)이라고 말이다. 각자가 정의하는 협업은 다소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결국 미래에는 어떤 일이든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점이 모두 같았다. 실력을 인정받은 뉴칼라들 조차 자신의 협업 역량이 다른 역량에 비해 더 떨어진다고 답할 정도로 마지막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는 뉴칼라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자 추구해야 하는 덕목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에 맞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준비해야 하는가? 이대로 인공지능에 밀려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일까?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위대한 학술가들은 기술과 일자리 시장의 미래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연구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에서도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 그들은 각자 나름의 대답을 내놓고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대답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일자리 시장에서는 늘 인간의 역할이 있다. 사라지는 숫자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고, 어떤 이는 "결국 인간은 노동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될 것"(p.33)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미래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미래는 순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에서 소개되었던 세계적인 석학들과 한국의 뉴칼라 8인 중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학 교수와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김치원 원장의 인터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알려주는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전략을 권하고 있다. 첫째는 기계와 경쟁하는 것이다. 기계와 시스템이 현재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사람이 하는 방법이다. 창의성이나 판단력, 대인 관계나 사회성을 활용한 일을 말한다. 둘째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점점 더 능력 있는 시스템과 기계를 설계하고, 사용하고, 조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학 교수 曰 (p.70 - 71)

p.255

변화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는 걸 전제로 답변할게요. 첫 번째는 인공지능을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두 번째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걸 잘하는 사람입니다. 이 둘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김치원 원장 曰 (p.255)



두 사람은 말한다. 미래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어떻게든 인간의 일자리는 존재할 것이라고 말이다. 다만 기계 혹은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을 잘해서 경쟁하거나 기계 혹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서 자신의 일에 적용하며 사용하게 될 뿐이라고 말이다. 생각하건대, 인공지능으로 인해 법조인이 사라지고 의사가 사라진다고 언론에서는 호들갑을 떨지만 인공지능이 이들을 완전히 대체하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정확한 조문 해석과 판례 검색은 인공지능이 하지만 법정에서 쟁점을 확정하고 사안을 두고 다투는 것은 결국 법조인만이 할 수 있을 테고 정밀한 시술은 인공지능인 기계가 하겠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른 상담과 판단은 결국 의사가 내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이 외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분명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밀려 노동 시장에서 쫓겨나는 일은 적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을 읽고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오히려 지금처럼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협업하며 디지털 기술을 적절히 활용만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어쩌면 미래에는 더 다양한 직업들이 인정받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을 읽으면서 불만 아닌 불만이 하나 있었다. 왜 화이트칼라만 이야기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우리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블루칼라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예 사라지는 직업이라는 듯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게 내심 불만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장인 에필로그에서 김도년 기자가 나의 이 불만을 알고 있었다는 듯 함안의 작은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블루칼라 엔지니어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 있었다. 자신의 철공소에 사물인터넷을 도입해 무인 로봇으로 철 자재를 자르고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는 그는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속에서 유일하게 블루칼라인 뉴칼라였다. 다음에는 이런 뉴칼라들도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 상당 부분을 대신할 것은 맞다.
그러나 잃을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라.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감성)를 찾게 될 것이다.

-p.347-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 너무 두려워 말자. 늘 그랬듯 우리는 잘 적응하고, 우리 인간만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해 잘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