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문단과 출판계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독자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지적이고 고상한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 같았는데, 책의 첫장부터 절로 눈살을 찌뿌리게 만든다. 일반인들과 격이 다른 위대함과 고결함을 지녀 고독한 신진 작가들은 사실상 관종에 불과하며 무엇으로도 치료하기 힘들 창작가병을 앓고 있다. 편집가나 출판계의 인물들은 아주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며 교활하다. 본인이 다루는 작품의 예술성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판매 수익과 본인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작가들에게 비윤리적이고 소소한 범죄는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그럼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온전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서평의 장을 감정의 쓰레기통 정도로 이용하며 내면의 분노와 한을 작가와 작품을 비방하는 원천으로 삼는 사람들, 각종 망상에 시달리며 작가를 스토킹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독자, 작가, 편집자, 프로듀서 등등 ‘책’ 을 중심으로 부도덕한 욕망이나 과도한 자의식을 가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줌으로써 문단 및 출판 업계의 어두운 이면과 폭력성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특히 다소 소시오패스처럼 느껴지는 형사 겸 작가 부스지마의 냉소적인 시각을 통해 전해지는 웃픈 현실은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 하다. 일본 소설 특유의 연극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듯한 등장 인물들의 언행이 현실감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우리나라의 출판 업계에도 존재하는 문제들이 아닐까. 우리 나라에서도 평소 접하기 힘든 신비로운(?) 영역의 문단 및 출판계 이야기를 이처럼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여전히 한국인 대부분에게는 미지의, 금단의 영역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도 마약 청정국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사태 파악 및 위험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는 만큼 마냥 무섭고 두렵기만 했는데 그런 때에 등장한 이 책은 무척 반갑다. 무엇보다 마약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마약의 오랜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면서도 우리가 마약에 대해 잘 몰라서 가지고 있는 오해들을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특히 각 마약의 제조 과정과 중독 증상에 대해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있어 호기심은 생길지라도 굳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양하게 된다. 그리고 마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의 의견처럼 무조건적인 억압과 금지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합법화와 비범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이나 담배처럼 국가의 제재 아래 합법적인 루트로 제조, 유통이 될 경우 마약으로 인한 각종 범죄 및 중독자들이 더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마약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과 그 까닭을 통찰력있게 그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러 나라의 대책들도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마약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논의가 가능해지길 바래본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독자가 지닌 편견, 선입견이 강할수록 묵직한 한 방에 제대로 당하게 된다. 동일한 사건을 마주하는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한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무더운 여름밤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킬링 케이트는 엄마가 먼저 읽고 강추해주셔 읽은 책이다. 비록 일차 스포를 당하긴 했지만 범인의 정체가 밝혀질 때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2차 스포를 단념하신 엄마께 몹시 감사했다. 한 인간의 집념이 이토록 무섭게 발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문득 두려워졌다. 거리를 스치며 마주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공간에서 함깨 생활하는 사람들.. 그들의 진짜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시원한 결말 치고도 어쩐지 씁쓸한 여운이 남는 것은 주변인들의 참모습을 보고도 나는 평범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으신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어딜 가나 남자 조심!
샛노란 표지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제목과 달리 7편의 단편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본디 짧고 담백한 글들로 이루어져 독자가 채워나갈 영역이 많은 것이 단편이라지만 이 책은 여백이 너무나 많다. 행과 행 사이에 쓰여지지 않은 내용들을 추론하고 상상해야 한다. 그래야만 매 단편의 말미에 화자가 심드렁하게 던지는 맺음말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그 이유들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이 책은 그저 특이하다면 특이할, 반대로 평범하다면 평범할 이야기를 엮은 텍스트에 불과하다.내 경우 가장 와닿으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어떤 호의와 그 호의를 받아들이는 자의 불편이 충돌에 관한 것이었다. 상대가 바라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어쩌면 본인의 마음이 편하고자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예상 밖으로 그 상대가 호의를 거절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당혹스러울 감정을 빠르게 추스리고 쉬이 상대의 입장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도리어 화가 날까? 아마도 거절당한 창피함 덕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상대에게 화를 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나를 되려 불편하게 만드는 상대의 존재에 대해서 원망하고 사라지길 바라면서. 결국 선함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자기 중심적이고 간사하다. 우리가 지닌 호의와 악의, 염치와 파렴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