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여전히 한국인 대부분에게는 미지의, 금단의 영역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도 마약 청정국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사태 파악 및 위험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는 만큼 마냥 무섭고 두렵기만 했는데 그런 때에 등장한 이 책은 무척 반갑다. 무엇보다 마약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마약의 오랜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면서도 우리가 마약에 대해 잘 몰라서 가지고 있는 오해들을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특히 각 마약의 제조 과정과 중독 증상에 대해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있어 호기심은 생길지라도 굳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양하게 된다. 그리고 마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의 의견처럼 무조건적인 억압과 금지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합법화와 비범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이나 담배처럼 국가의 제재 아래 합법적인 루트로 제조, 유통이 될 경우 마약으로 인한 각종 범죄 및 중독자들이 더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마약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과 그 까닭을 통찰력있게 그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러 나라의 대책들도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마약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논의가 가능해지길 바래본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독자가 지닌 편견, 선입견이 강할수록 묵직한 한 방에 제대로 당하게 된다. 동일한 사건을 마주하는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한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무더운 여름밤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킬링 케이트는 엄마가 먼저 읽고 강추해주셔 읽은 책이다. 비록 일차 스포를 당하긴 했지만 범인의 정체가 밝혀질 때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2차 스포를 단념하신 엄마께 몹시 감사했다. 한 인간의 집념이 이토록 무섭게 발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문득 두려워졌다. 거리를 스치며 마주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공간에서 함깨 생활하는 사람들.. 그들의 진짜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시원한 결말 치고도 어쩐지 씁쓸한 여운이 남는 것은 주변인들의 참모습을 보고도 나는 평범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으신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어딜 가나 남자 조심!
샛노란 표지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제목과 달리 7편의 단편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본디 짧고 담백한 글들로 이루어져 독자가 채워나갈 영역이 많은 것이 단편이라지만 이 책은 여백이 너무나 많다. 행과 행 사이에 쓰여지지 않은 내용들을 추론하고 상상해야 한다. 그래야만 매 단편의 말미에 화자가 심드렁하게 던지는 맺음말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그 이유들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이 책은 그저 특이하다면 특이할, 반대로 평범하다면 평범할 이야기를 엮은 텍스트에 불과하다.내 경우 가장 와닿으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어떤 호의와 그 호의를 받아들이는 자의 불편이 충돌에 관한 것이었다. 상대가 바라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어쩌면 본인의 마음이 편하고자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예상 밖으로 그 상대가 호의를 거절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당혹스러울 감정을 빠르게 추스리고 쉬이 상대의 입장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도리어 화가 날까? 아마도 거절당한 창피함 덕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상대에게 화를 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나를 되려 불편하게 만드는 상대의 존재에 대해서 원망하고 사라지길 바라면서. 결국 선함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자기 중심적이고 간사하다. 우리가 지닌 호의와 악의, 염치와 파렴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 유명 항공사의 기내식 대란이 있었다. 당시 승무원들은 굶은 상태로 면세품을 팔아야 했고, 기장 역시 라면에 의존에 비행을 감행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회장의 방문 때마다 기쁨조 노릇까지 해야 했다니 분노하고 경악하게 된다. 그런 시기에 마주한 미스 플라이트는 승무원들의 감정 노동 및 강도 높은 신체 노동, 그리고 노사 간 갈등을 다루고 있다. 엑스맨 제도까지 이용하여 노조에 참여한 직원들을 감시하고 징계할만한 치부를 찾아내게끔 하는 장면에선 정말 치가 떨렸다. 도무지 바뀌지 않는 세상에 치여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 것일까? 이야기는 유나가 죽은 뒤 장례식 장면부터 시작된다.그녀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혹은 주변 인물들의 회상을 통해 등장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그녀 모습은 글과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되며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춰가다 보면 마지막에서야 큰 그림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으며 마치 촘촘하게 얽힌 추리 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의 결말은 텍스트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이 책의 본질을 관통하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온당치 못한 것들을 마주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입니까?’유나와 정근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이야기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온갖 불합리와 불평등, 그리고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들에 맞서 싸우는 자, 그들을 지켜보는 자, 가진 자의 개가 되어 순응하는 자... 우리는 이들 중 하나 이상의 모습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정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독자 개개인의 몫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