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과 일본은 유년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라고 했다. 지리학자는 그는 어떤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정복할 수 있는 이유는 지리적 차이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한국과 일본의 사이를 생각해보면 지리적 차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다른 곳에서 태어난 쌍둥이인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과거사 문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득세했고,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우회적으로 피해당사자를 제외시킨 협상으로 한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영원히 가까이 지낼 수 없는 사이인 것인가? 결국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법의 하나는 두 개 국가의 과거사를 살펴보는 것이다. 사실 고대백제와 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였던 것 같다.
현재 한국의 역사에서 백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고조선은 한나라와의 전쟁을, 고구려는 수, 당과 같은 세계제국과 한판 승부를 벌일 정도로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백제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백제 동성왕 시절에 북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백제가 중국대륙에도 식민지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는 것인데, 그 정도의 국력이라면, 중국보다 문명수준이 떨어지는 왜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백제에 대한 연구는 전해지는 당시 문헌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다행히 일본열도에 백제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오늘 소개할 책 <한류 열풍의 진앙지 일본 가와치>는 일본서기 윤독회에서 일본서기를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일본 오사카지역을 답사하여 만든 것이다. 오사카 지역은 일본 고대에는 ‘가와치’라고 불렸다. 가와치는 서쪽으로는 오사카만에 접해있었으며 해상 교통의 관문이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전방후원분이 조영되었으며, 백제와 깊은 연관을 갖는 유적이 남아있다.
이 책은 전반부에서 가와치 지역 답사기를 싣고 있다. 답사기와 사진으로 옛 백제인의 흔적을 더듬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좀 더 심도 높은 분석을 통해 백제계 도왜인들이 건설했던 신도시인 가와치 지역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의 노고에 의해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장점이 있었지만, 일본 고대사를 모르는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각주라든가 부연설명을 통해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잊혀진 제국 백제의 진면목을 찾고 한일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