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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당신이 나의 소금인 줄 알았습니다
이우걸 지음 / 창연출판사 / 2016년 7월
평점 :
이우걸 시인의 시집 <처음에는 당신이 나의 소금인줄 알았습니다>를 읽었다. 사실 문학중에 가장 차원이 높은 것이 ‘시’라고 한다. 산문은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해서 쓰지만, 시는 단어 하나하나를 정제해서 써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술을 증류해서 한방울 한방울 떨어진 술을 모아서 위스키로 만드는 것처럼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토지’라는 대하소설의 금자탑을 세웠던 소설가 박경리 역시 문학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시부터 썼으나, 소설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도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어렸을때만 해도 전업시인이 간혹 있었는데, 지금은 전업시인은 사실상 없어진 듯하다. 베스트 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은 얼마전 자신의 SNS에서 연간소득 1300만원 미만이어서 저소득층 근로장려금 대상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전업 시인의 경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별도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를 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너무 시를 편하게 생각하고 쉽게 읽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소개할 이우걸 시인의 시는 전반적으로 따스한 느낌이다. 나를 녹여서 너를 마시는 것인지, 너를 녹여서 나를 마시는 것인지 커피를 마시며 적은 시는 따뜻한 커피의 온도가 느껴지는 시이다.
커피에게
나를 녹여서
너를 마시고 있다.
너를 녹여서
나를 마시고 있다.
덩이진 그리움까지
다 저어 마시고 싶다.
(28페이지)
사랑
위험이 수반되지만
굳이 막고 싶지 않은
온몸을 관통해오는
전류 같은 피가 있다
내게도 그런 불꽃이
사시다가 떠나셨다
(27페이지)
전류같은 불꽃같은 사랑. 그래서 그렇게 뜨거웠나보다. 자신을 스스로 태울 정도로. 사랑에 빠질때는 그렇게 된다는 것을 시인은 저렇게 표현하였다.
모처럼 시집을 손에 들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물들을 나와 다른 시각으로 보는 시인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시가 마음을 치유하는지도 모른다. 이 시집을 곁에 두고 하루에 시 한 개만 읽어볼 것이다. 한번에 다 읽으면 아까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