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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월하담
메릴 / 체셔 / 2020년 2월
평점 :
한 눈에 자신의 짝을 알아볼 수 있는 흑과 백이 있는 세계관인데, 주인수 희민은 몸은 허약하지만 똑똑해서 과거에 급제하여 외교부 말단관리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친구 세 명과 축제에 놀러갔다가 무예대회 우승자인 백을 만나게 되고 첫눈에 자신의 짝임을 알아본다.
##### 이하 약간 스포일러 포함 #####
여기까지만 보면 매우 멀쩡한 글로 보이겠으나, 정말 속 답답해 뒤질 것같은 문장의 연속이다.
주인수가 주인공을 처음 보게 된 장면은 다음과 같다
그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그저 나만 응시하는 남자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약한 사람이었다. 무어라 칭해야 할까, 창백한 피부색 하며, 평균보다도 작은 키, 그리고 잔뜩 마른 몸. 그 외의 것은 뭐. 지내다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잘 먹지 못한다거나, 가끔 휘청거린다거나. 조금만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속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거나.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들은 한참 동안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던지 단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단은 나를 보자마자 식겁했다. 아무래도 지금 내 얼굴이 창백해진 것 같았다. 아니면 차가운 밤공기 때문에 열이 오른 상태라거나.
빤히 쳐다보는 자신의 짝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몸이 조금 부끄러워 그런 것 같다,는 내 생각.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어떤 지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창백할 수도 있고 열이 올랐을 수도 있다고 한다. ... 좀 이상하지만 뭐, 짝을 첫눈에 알아보고 인지하지 못한 사이 정신이 혼미했을 수도 있겠군 하고 여긴 넘어갔다.
몸이 약한 희명을 걱정해서 약을 사온다며 어디 가지말고 기다리라는 친구들. 그런데 상식적으로 한 명이 몸이 아프면 한두 명이 약을 사러가지, 아픈 애 혼자 길거리에 버려두고 세 명이서 약을 사러 가나? 뒤에 이어질 주인공들의 만남을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모르겠다.
여차저차하여 만나게 된 두 사람.
“열이 나는 것 같은데, 괜찮아?”
(생략)
“늘, 늘 있는 일입니다. 괜찮아요.”
“그렇군.”
서로만을 사랑한다는 유일한 짝이 늘 그렇게 허약한 몸이라는데 그렇군, 이라는 주인공이 좀 이상하지만, 제발로 걸어다닐 정도긴 하니까 너무 걱정하는 것도 이상하겠지? 하고 내가 내 자신을 이해시킨다.
남자는 나를 찬찬히 뜯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를 찾아오려는 것인가. 뭐, 귀족이면 황궁에 들어오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황궁 밖에서 보는 것은 쉬운 일일 것 같았다.
“외교부에서 일합니다. 말단 관리에요.”
“그래? 그러면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며칠 뒤에.”
나는 그 말을 듣고 요 며칠 사이에 손님이 오시는 날짜가 있었나, 머리를 굴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손님이 오신다는 말은 없었는데. 타 부서나 귀족 통틀어서 말이다.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에게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그는 자신은 이제 가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인을 불렀고, 오늘은 즐거웠다고 했다.
나는 의문을 가진 채로 대회장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친구들은 대회장 밖으로 나온 나를 보며, 어서 약을 먹으라고 독촉했다. 나는 겨우 미소를 지으며 약을 먹었다. 오늘 나의 짝을 만난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별이 안 갔다.
이렇게 길게 인용한 이유는, 이후 대부분의 스토리진행이 이처럼 주인수의 설명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느 두 사람의 대화 중 한두 문장만 따옴표에 넣고 그 외엔 전부 주인수의 설명으로 치환하기. 보통은 긴 대화 중 일부 중요하지 않은 문장을 이렇게 쓰곤 하는데, 작가님은 처음부터 계속해서 이렇게 쓰신다. 이런 설명조의 글은 재미도 없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매주 오늘, 그러니까 해 질 녘에, 퇴근하자마자 여기서 만나는 것이 어때, 나의 민아.”
나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에 눈이 동그래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이름이 불리는 것이 이 정도로 감미로워질 정도였다. 비집고 나오는 미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제 늦었으니 집까지 바래다주겠다 하였다. 만약에 자신이 나오지 못할 때면 아까 그 여자아이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그러다 급기야, 일주일에 한 번 해 질 녘에 만나겠다는 주인공. 거리가 먼 곳에 사는 것도 아니고 서로 알아가는 단계도 아니고, 이미 유일한 짝인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왜 굳이 일주일에 한 번 퇴근길에 잠깐 보자는 거지? 연애 처음 할 땐 평일에도 만나잖아, 현실의 사람들도?
또 한 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가지만 원체 바쁘신 분인가보다 하고 또 넘어감.
그랬는데...
언젠가 내가 해 질 녘 날에는 빨리 가야 한다고 하자 이렇게 물어왔다.
“해 질 녘 날에 무슨 일 있어? 나보다도 더 중요한 거야?”
아니, 해는 매일 지는 거거든요, 작가선생님???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소설의 차원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해가 지나봐요, 해 질 녘 날이 따로 있게?
인용까지 해가면서 불호리뷰 쓰는 일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은 정말 너무 답답하고 답답해서 이렇게까지 씀.
이제 20% 읽었는데 너무 답답해서 못읽겠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