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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푸른 달이 이끄는 길
김은동 / 벨벳루즈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 결혼이 결정되었는데 결혼식 전날 굳이 남편될 사람의 방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지도를 확인하려다 걸리는 여주, 어릴 때 이미 인연이 있어서 어린날의 약속이라지만 결혼약속까지 했으면서 굳이 아이만 낳아주면 지도를 준다는 거래를 거는 남주, 둘 다 이해가 안가면서 시작.
첫날밤에 "줄곳 널 원했어, 아이샤"라는 걸 보면 어린 시절 추억을 잊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남주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오해할 꺼리를 주는 이런 설정, 너무 싫다.
하지만 시작부분만 저럴 뿐, 이야기 진행은 달달하고 좋다.
자신을 모욕하는 남주 짝사랑녀를 때려버린 여주는, 자기를 좋아하는 줄 뻔히 알면서 애매하게 관계를 유지한 남주를 호되게 나무라고, 남주는 그를 시인하고 사과한다. 바람직한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남주가 길잡이와 아내를 둘 다 할 수 있다고 달콤하게 속삭여도, 남주를 좋아하게 된 것을 깨달은 여주는 ‘내게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목적이 있어.’라며 스스로를 다짐한다.
...... 지도를 주는 대신 아이를 낳아달라는 말은 잘도 기억하면서, 길잡이와 아내역을 둘 다 하면 된다는 말은 왜 듣고 흘려버리는 지 답답. 정작 남주 펠릭스는 아이 낳으면 헤어지자는 말은 꺼낸 적도 없다 -_-
그리고 문제의 "지도"라는 것이 너무나 알쏭달쏭하다.
현대엔 제작 의뢰를 하면 만들어주는 제국공용지도를 사용하는데, 고대 길잡이들이 다니던 지름길이 표시된 지도가 여주 아이샤네 집안과 남주 펠릭스네 집안에 있었던 거고, 황태자는 그 지름길이 표시된 지도를 적국에 넘길까봐 의심을 한 것.
아니 근데 이것도 말이 안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지름길이었다면 지도가 만들어졌다는 100년, 200년 전에 진작 넘어갔거나, 넘어가는 게 싫다면 국가에서 관리했어야지지.
그리고 딱 아이샤네 집안만 이용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도 의문.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도 아니고.
불명확한 물건인데다 이렇게 오락가락하게 쓰여져 있어서 지도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졌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지도라는 게 이렇게 불분명하니 그 뒤로는 대충 넘겨가며 10분 만에 읽고 끝냈다.
남주와 여주 캐릭터는 확실히 좋고 작가님이 필력도 있는데, 풀어가는 과정에서 납득이 안가는 점이 몇 개 있다보니 그걸 이해하려고 스스로 이런 저런 생각하는 동안 작품이 재미가 없어지고 말았다. 조금 아쉽지만 차기작을 기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