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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조승리 지음 / 세미콜론 / 2025년 4월
평점 :

저의 인생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이하 '전 책'이라 할게요!)
조승리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어요.
'전 책'은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던 저를
에세이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고
당시 공저 책을 막 시작하고 있던 때라
작가님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너무 좋았던지라 빨리 다음 책이 나왔으면 했답니다.
'전 책'에는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비장애인 동행인 없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던 에피소드가 나와요.
그때 해외에서 만난 한국 할머니 한 분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왜 와서 고생하냐"라고 했는데,
솔직히 뜨끔했어요.
편협한 저도 해외여행을 갔다는 문장만 보고
'안 보이는데 여행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작가님은 아는 만큼 넓어지고 느껴본 만큼
인생이 풍요로워지기에 자신만의 여행을 경험해 보라 말해요.
그리고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라는 것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여행을 눈으로만 한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저의 무지가 무척이나 부끄러웠답니다.
'전 책'을 읽으며 여행 에피소드가 더 많았으면 싶었는데
이 번 책은 한 파트가 모두 여행 에피소드예요.
너무 좋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풍광을 감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중략)
저는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생동감으로 기억하고 감상합니다.
천지 앞에서의 냄새, 웅성이던 사람들의 소리, 피부에 닿았던 공기의 질감,
낯선 감각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 넒은 사고와 깊은 사유로 저를 이끕니다.
시력을 대신할 감각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저는 감사합니다."
- 프롤로그 中
일본, 베트남, 중국, 마카오, 태국 등 작가님이 여행한 많은 나라들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그녀의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거절과 조롱을 감수하면서 계속해 나가는 것은
저 같은 편협한 사람이 가진 편견과 차별을 깨부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다짐 같았어요.
차별 없는 사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는 결코 차별을 인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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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애가 없어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을 알지 못해요.
그들이 차별을 받고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죠.
그리고 전 제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고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 여기면서 살아왔어요.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의식하지도 않게 일어나는 생각들로
제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 말합니다.
이 책에서는 작가님 개인 서사가 더 두드려져요.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적으셨어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는
내 안의 수많은 못난 모습을 가감 없이 고백합니다.
오히려 이런 솔직함이 더 올곧게 살고자 하는
작가님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작가님의 이야기가 좋은 이유는
"저는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장애는 아무 문제 되지 않습니다."라는
도덕 책 같은 교훈을 주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전 장애가 있어서 불행해요.
근데 불행 한두 가지 없는 사람 있어요?
불행하다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전 불행하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갈 겁니다."
라고 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진짜 작가님은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에세이 쓰면서 제일 많이 듣는 피드백이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라는 건데요.
조승리 작가님의 글은 정말 그 장소,
그 시간으로 데려다 놓는 것처럼 생생해요.
책의 글이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이유죠.
상실된 시력을 대신하는 다른 모든 감각으로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의 인생 에세이 주인공
조승리 작가님을 꼭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