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한 농담 - 죽음을 껴안은 사랑과 돌봄과 애도의 시간
송강원 지음 / 유유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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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울었다. 내가 울면 놀리고 싶어 안달인 가족들이 없었다면 아마 책을 내려놓고 엉엉 울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폐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3년을 기록한 아들의 글이다. 마지막까지 엄마의 곁에 있었고, 엄마의 죽음을 함께 맞이하고,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 아들. 난 그의 글에서 15여 년 전의 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아빠도 그의 엄마와 같은 폐암이었고 투병 5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아빠의 죽음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리움 못지않게 후회와 죄책감도 점점 선명해진다.

🔖 "진짜, 죽는 기 보통 일이 아이네."

옥은 익살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우리게에 죽음은 농담이 되었다. - 20

난 아빠의 죽음을 회피했다. 아빠도 죽음에 대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빠가 죽음을 아무하고도 나누지 못해서 처절하게 외로웠을 것 같다.

🔖 옥은 자주 말한다. 자신은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라고. - 56

아빠와 죽음을 농담처럼 말하고, 죽어가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더라면 어땠을까, 또 후회가 밀려왔다.

언젠간 다가올 나의 죽음에도 이런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죽어가기 보다 편안하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 그래서 이렇게 쓰고 또 쓰고 돌고 돌아서 엄마를 쓴다. (···) 저물어 가는 풍경을 가장 선명히 기억하려는 마음으로. - 67

아빠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흐릿해졌다. 통증으로 힘들어하던 아빠보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외면했던 내 모습만 자꾸 생각난다. 내가 그때 글쓰기를 알았더라면, 아빠와 나,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이미 쓸모 없어진 생각들이 자꾸 들었다.

🔖 2024년 7월 15일. 여기까지 너무 행복했네. - 80

오랜만에 통증 없이 숙면하고 일어나 완벽하고 충만했던 기분이 들었던 7월 15일. 그녀는 오랫동안 준비한 그 일을 단행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녀가 그 일을 계획하고 준비했던 그 마음을 너무 알겠기에 슬펐고,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가 원치 않는 고통 앞에 또 놓였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아빠도 죽고 싶을 만큼 아팠을 텐데, 아빠 손을 단 한 번도 잡아주지 못 한 그때가 생각나 또 하염없이 울었다.

죽음은 남은 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슬픔의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에게 아빠의 죽음은 후회와 죄책감이지만 저자에겐 다른 의미가 되길 바라고 또 다를 것이란 확신이 든다.

이 책은 엄마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효심의 증거가 아니다.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 해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이고 자신의 엄마로 살아온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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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과학
이선 크로스 지음, 왕수민 옮김, 김경일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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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 화가 나지만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고 좋은 말로 하고 싶다. 불쑥 불쑥 마음을 힘들게 하는 슬픔을 이제 그만 잊고 싶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불안이 엄습할 땐 그 불안이 내 삶을 갉아먹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 바람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생겨난 감정은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린 '감정 조절'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감정 조절은 감정 반응의 속도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것, 또는 그 강도를 달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린 분노나 슬픔, 불안 같은 감정은 느끼고 싶어 하지 않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한 모든 감정은 삶을 헤쳐나가도록 인도하는 길잡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과 필요에 따라 한 감정 상태에서 다른 감정 상태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는 감정 전환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은 내면과 환경의 감정 전환 도구에 대해 알려 준다.

💛 내면

1️⃣ 감각 전환

-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으로 ‘생각의 고리’를 끊는 방법.

- 예: 차가운 물에 손 담그기, 음악 감상, 향기 맡기, 맛 집중하기 등.

- 즉각적으로 몸의 감각에 주의를 돌려 뇌의 채터(부정적이고 반복적인 내적 대화)를 차단.

2️⃣ 주의력 전환

- 생각이 같은 문제에 매달릴 때, 의도적으로 주의를 다른 대상에 옮기는 전략.

- 예: 퍼즐, 운동, 산책, 몰입 가능한 일에 집중하기.

- ‘주의 자원’을 전환하여 부정적 자기 대화의 반복 회로를 약화.

3️⃣ 관점 전환

- 문제를 제3자 시각이나 미래 시점에서 바라보는 방식.

- 예: 자기 이름을 써서 자기와 대화하기, 1년 후 관점에서 지금 상황을 상상하기.

- 감정의 크기를 줄이고 객관성과 심리적 거리를 확보.

💛 환경

4️⃣ 공간 전환

- 내가 있는 물리적 환경을 바꿔서 마음의 상태를 조정하는 방법.

- 예: 자연 속 산책, 방 정리, 카페에서 공부하기 등.

- 공간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각과 심리적 여유가 생긴다.

5️⃣ 관계 전환

- 혼자 끌어안은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전환하는 방법.

- 예: 믿을 만한 친구와 공감 대화하기, 전문가에게 조언 구하기.

-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공감과 객관성을 제공하는 관계가 채터를 줄여준다.

6️⃣ 문화 전환

- 개인적 문제를 넘어 더 큰 틀(집단·전통·가치)에서 바라보는 전환.

- 예: 종교적·철학적 관점, 가족의 역사, 소속 공동체의 가치에 기대기.

- 나 혼자가 아니라 더 큰 이야기의 일부라는 인식을 통해 고통이 완화.

저자는 6가지 도구를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 만능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한다. 위의 도구들을 활용에 나만의 감정 전환 도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WOOP 기술을 제시한다.

  • Wish (바람) : 내가 바라는 구체적 목표 (ex.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하고 싶다)

  • Outcome (결과) : 목표가 이루어졌을 때 얻을 이득 (ex. 아이와의 관계가 더 좋아지고, 죄책감으로 괴롭지 않아도 된다)

  • Obstacle (장애물) : 실제로 막을 내부적 장애 (ex.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짜증낼 때 나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 Plan (계획) : 장애물 발생 시 실행할 구체 행동 (ex. 아이에게 화가 날 땐 심호흡을 3번 하고 마음 속으로 "마싸야, 아이가 왜 그러는지 생각해봐"라고 말한 뒤 대화한다.)

이러한 WOOP 기술을 많이 만들어 두면 인생이라는 줄타기에서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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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뇌과학 -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설명하는 뇌의 숨겨진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박문호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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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내가 선택하고, 내가 기억하며, 내가 행동한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책은 뇌가 의식 밖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우리가 비이성적이라고 여기는 행동조차 사실은 뇌의 나름의 논리에 따른 것임을 밝혀낸다. 우리는 의식이 모든 걸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대부분의 일을 떠맡고 있다는 사례가 책에 가득하다.

또한 우리는 기억을 과거의 영상기록처럼 믿지만, 사실 기억은 현재의 감정과 믿음에 따라 수시로 수정된다. 심지어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경험처럼 떠올리기도 한다. 기억은 사실을 보존하기보다, 현재의 나를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편집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운동선수들이 머릿속으로 동작을 그리며 훈련할 때 실제 성과가 향상되는 사례는 유명하다. 뇌는 단순히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않고, 상상 속 경험도 학습의 재료로 활용한다. 덕분에 우리는 실제보다 훨씬 풍부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책은 이 밖에도 외계인 납치 체험, 환청, 다중 인격 같은 특이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얼핏 비이성적이고 미신처럼 보이는 현상들이지만, 저자는 이를 뇌의 회로와 무의식의 논리로 설명한다. 환청은 자기 목소리를 구별하는 기능이 무너진 결과이고, 다중 인격은 극심한 외상을 견디기 위한 방어 기제라는 설명은 인간 정신의 복잡함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크게 남은 메시지는 “무의식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라는 점이다. 우리가 비이성적이라고 여긴 행동은 사실 뇌가 생존과 적응을 위해 내린 나름의 해석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류도 발생한다. 하지만 그 오류조차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식일지 모른다.

이 책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정말 나를 통제하고 있는가?” “나의 기억은 믿을 수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조금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무의식의 힘을 알고 싶다면, 『무의식의 뇌과학』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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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108일 내 안의 나침반을 발견하는 필사의 시간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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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마음속이 벅차올랐다. 통필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통필사를 성공하지 못했기에(ㅋㅋ) 발췌 필사라도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필사 에디션]이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세상이 말하는 성공적인 삶을 뒤로하고 태국 밀림 숲속 사원의 승려가 되어 수행하며 얻은 깨달음과 17년 뒤 환속한 후 죽기 전까지의 삶을 통해 통찰한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전해 준다.



내가 저자에게 가장 놀란 건 성공적인 삶을 뒤로하고 승려가 된 것이 아니라 17년 뒤 승려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왔을 때였다. 그는 17년간의 수행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나왔을 때 우울증에 걸릴 만큼 두려웠고 흔들렸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랬던 자신을 고백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인간은 누구나 흔들리고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걸 알려주려한 것 같았다.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살 수 있었던 승려 생활이었고, 돈 한 푼 없어도 내면의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 생활이었다. 그런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와야 했을 때의 그 두려움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발걸음을 옮겼고 흔들렸지만 다시 일어나 걸어나갈 수 있었다. 그때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한 40대 중반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생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에 도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을 때 솔직히 난 자신 없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살아선 안 돼. 변화가 필요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지만 두려움으로 무시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죽음 앞에 일말의 후회나 걱정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내게 너무나도 필요한 말들로 가득했다. 필사 에디션을 한 장 한 장 써 내려가면서 마음에 새겨야겠다고 다짐했다.



필사를 하는 데 '이런 문장이 있었어?'하는 문장들이 계속 나온다. 이래서 재독에 필사가 필요한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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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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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뇌과학과 임상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왜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중독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담배나 술, 마약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SNS, 자아, 재미, 생각, 심지어 사랑도 포함된다. 중독은 특별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인간 모두의 문제라는 뜻이다.

저자 밝히는 중독 메커니즘의 핵심은 ‘보상 기반 학습’이다. 뇌는 즐겁거나 안도되는 경험을 보상으로 기억하고, 다시 비슷한 상황이 오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반복된 행동은 어느새 우리의 의식을 넘어, 무의식 속에서 굳건히 자리 잡는다.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침반은 ‘지금 이 순간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태도’ 즉,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충동을 억누르는 대신,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순간 뇌는 새로운 학습을 시작하고, 조금씩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마치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듯, 마음 챙김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침반이 길을 대신 걸어주지 않듯, 마음 챙김도 당장의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히 제시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호기심과 성찰 속에서 열린다.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진짜 자유로 가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나침반 비유가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습관적인 행동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위안이 아니라 더 큰 공허함이다. 나 역시 불안할 때 무심코 휴대폰을 켜고, 끝내 시간을 흘려보낸 뒤 죄책감에 사로잡힌 경험이 많다. 이 책은 그러한 행동도 중독적 패턴의 일부임을 깨닫게 했다.

“나는 왜 지금 이런 충동을 느낄까? 내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내 욕구와 습관을 관찰하면, 중독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중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고, 삶 전반에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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