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
비오리카 마리안 지음, 신견식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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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언어를 단순한 '소통의 도구'로만 여긴다. 하지만 세계적인 심리언어학자이자 10여 개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 사용자인 저자는, 언어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뇌, 지각, 의사결정, 감정, 심지어 창의성까지 뒤바꾸는 강력한 '두뇌 확장 도구'임을 과학적 연구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증명한다.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은 명쾌하다. "언어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진다"는 것. 다중언어 사용자가 모국어를 쓸 때와 외국어를 쓸 때의 감정 반응과 판단력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희생해야 하는 '트롤리 딜레마' 상황에서 외국어로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훨씬 더 이성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선택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단순히 단어와 문법의 암기가 아니라, 내면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자아'를 깨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AI 통번역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에 "이제 굳이 외국어를 고생해서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달랐다. 기계가 소통의 장벽을 허물어주더라도, 내면의 창의성을 기르고, 도덕적 판단력을 높이며,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머리로 직접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언어를 배우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라는 저자의 말에 용기를 얻어,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더 유연하고 입체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제2외국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 싶어졌다. 스페인어의 정열적인 울림이든, 프랑스어의 우아한 리듬이든, 새로운 언어가 가져다줄 '새로운 나'와의 만남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곧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내 삶으로 초대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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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도티의 마인드 매직 - 스탠퍼드대 뇌과학자가 전하는 잠재의식 사용법
제임스 도티 지음, 박세연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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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그동안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시각화', '확언' 같은 단어들을 들으면 거부감부터 들었다.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식의 주장은 근거 없는 막연한 낙관이나 신비주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나의 오랜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저자는 우주가 무조건 소원을 들어준다는 식의 허황된 긍정을 경계하며,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뇌의 신경 회로를 물리적으로 어떻게 재배선하는지를 밝히고, 뇌과학을 근거로 잠재의식을 활용해 원하는 삶을 현실로 만드는 구체적인 6단계 훈련법을 제시한다.

철저하게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전개되다 보니 책을 읽으며 현실화(Manifestation)란 마법이 아니라, 내 뇌의 '망상활성계(RAS)'를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생물학적 과정임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잠재의식에 목표를 뚜렷하게 새길 때, 우리의 뇌는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중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회만을 선택적으로 걸러내어 인식하게 되고, 뇌의 온전한 힘을 우리가 선택한 의도로 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목표의 방향성이다. 그저 개인의 성공이나 물질적 부만을 바라는 것은 오히려 뇌의 긴장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나의 목표가 타인과 세상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연민)과 연결될 때, 우리의 신경계는 안정을 찾고 최적의 상태로 작동한다는 통찰은 무척 흥미로웠다.

책에 담긴 원리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그동안 내가 확언이나 시각화를 불신했던 것은 그 기저에서 작동하는 정교한 뇌의 메커니즘을 몰랐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이제는 막연한 의심을 거두고, 책에서 제시하는 6단계 훈련법을 일상에 직접 적용해 내 뇌와 잠재의식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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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 숲으로 걸어간 할머니, 엠마 게이트우드의 놀라운 여정
벤 몽고메리 지음, 우진하 옮김 / 수오서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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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좀 다녀올게."

1955년, 67세의 엠마 게이트우드가 가족들에게 남긴 이 짧은 인사는 무려 3,500km에 달하는 험난한 애팔래치아 트레일 단독 완주로 이어졌다.

벤 몽고메리의 이 논픽션은 낡은 케즈 운동화를 신고 자루 하나만 짊어진 채 홀로 그 길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실제 여정을 담담하게 쫓아간다.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할머니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11명의 자녀를 키워내며 30년 넘게 남편의 끔찍한 폭력을 견뎌야 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트레일 위에서의 험난한 발걸음과 교차된다.

40대 중반,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일상에서 주어지는 크고 작은 책임감에 종종 지치곤 하는 내게, 67세의 나이에 변변한 장비조차 없이 그 거친 숲길로 뛰어든 할머니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할머니가 왜 그토록 무모해 보이는 길을 나섰는지, 책은 함부로 짐작하거나 감상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저 독사, 굶주림, 거친 비바람과 싸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할머니의 여정을 묵묵히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 고된 걷기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길 위에서 맞닥뜨리는 변덕스러운 날씨나 당장 오늘 밤 잘 곳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은 그녀가 스스로 통제하고 해결할 수 있는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평생을 닫힌 문안에서 매일같이 느껴야 했던 막연하고 끔찍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폭력에 부서졌던 마음을 다독이고 온전한 영혼을 회복해 나가는 가장 치열하고 거룩한 자기 돌봄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이 정도 트레일은 별거 아니더군요."

이 무심하고도 단단한 한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67세의 나이에도 "그냥, 하고 싶으니까요"라며 망설임 없이 숲으로 걸어 들어간 그녀 앞에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체력도 열정도 예전 같지 않다며 핑계를 찾던 내 모습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나이듦을 두려워하기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일단 한 발짝을 내디뎌보는 용기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이 막히거나 일상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이 책을 펼쳐보시길. 엠마 할머니가 뚜벅뚜벅 걸어간 그 숲길이, 우리에게도 명쾌한 이정표가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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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AI력 - 생각을 키워 성과를 이끄는 인공지능 실전 활용법
정규진 지음 / 민음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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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챗 GPT를 비롯한 AI를 꽤 유용하게 써왔다고 생각했다. 자료를 요약하고 문서를 다듬거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필요할 때마다 편리하게 결과물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AI를 얼마나 단편적인 '도구'로만 취급해 왔는지, 그리고 나의 진짜 역량을 얼마나 제한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AI를 대하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AI를 필요할 때만 지시를 내리고 답을 기다리는 자판기 같은 대상이 아니라, 내 생각의 빈틈을 묻고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며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실시간 협업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AI를 다루는 사람은 많지만 진짜 성과를 내는 사람은 드물다고 꼬집으며, 핵심 개념인 이 공식을 제시한다.



AI력 = 인간의 역량 × AI의 확장력



즉, 내 역량이 '0'이라면 AI의 확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과는 '0'일 수밖에 없다. 인간 본연의 역량과 AI의 기술을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하는지가 압도적인 성과의 차이를 만들 것이다.



이 책은 철학적 담론에만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해법을 제공한다. 저자가 오랜 현장 경험으로 체득한 체계적 혁신 방법론을 AI 프롬프트와 결합한 실전 사례들은 무척 흥미로웠다. 단순히 "요약해 줘", "만들어 줘"라고 묻던 나의 1차원적인 명령어와 달리, 체계적인 방법론에 기반한 프롬프트는 어떻게 AI와 입체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진정한 'AI력'은 결국 '인간의 탄탄한 기획력과 질문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다시금 새겼다. 이제는 익숙하고 얕은 활용의 굴레를 벗어나, 나의 고유한 생각 근육을 키우고 AI와 치열하게 협업하며 나만의 혁신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 이 책이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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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
마리아나 레키 지음, 장혜경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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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웃들과의 일상이 너무도 현실 같아서 '어? 에세이잖아~'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불안 장애가 있는 이웃 폴 씨, 갈등과 결정 공포증이 있는 비제 여사, 꼭지광(확인 강박) 친구 토비아스, 부모님과 삼촌, 사촌까지 심리상담사이지만 비행 공포증이 있는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보며 '아~~ 소설 맞구나!'하고 피식 웃음이 났다.

저자가 심리학 잡지에 연재했던 서른아홉 편의 문학 칼럼을 엮은 책인데 불면, 공포, 인간관계의 갈등 같은 보편적인 고민들을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다루고 있다. 거창한 비극 대신, 매일 우리의 일상을 맴도는 작고 끈질긴 불안들을 특유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보듬어주는 따뜻한 책이다.

인생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깨닫는 것은, 삶을 힘들게 하는 건 거대한 불행이 아니라 매일매일 자잘하게 피어오르는 '온갖 근심'들이라는 사실이다.

불쑥 찾아오는 건강에 대한 염려, 인간관계에서의 피로감, 그리고 이유 없이 눈이 떠져 뒤척이게 되는 불면의 밤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의연해질 줄 알았지만, 마음속 근심의 종류만 다양해졌을 뿐 나는 여전히 서툴고 불안하다. 내 안을 무시로 드나드는 이 불청객들을 어찌할 바 몰라 지쳐가던 참에, 이 책을 만나 반가웠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그 어떤 에피소드에서도 작가가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다 잘될 거다"라는 식의 값싼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불안, 분노, 상실감을 애써 지워야 할 흠집으로 보지 않는 대신 그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도 기어이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 응원을 보낸다. 그 한 발짝 물러선 특유의 경쾌하고 다정한 시선이, 그 어떤 뜨거운 위로보다 더 깊게 마음을 어루만졌다.

책을 덮고 나니,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었지만 늘 실패했던 내 안의 근심들이 조금은 만만하고 심지어 짠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불면의 밤은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이고, 타인과의 갈등 앞에서는 또다시 심장이 뛰겠지만, 이제는 무작정 내 안의 불안을 미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상한 근심들을 품고도 꽤 훌륭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삶의 바다를 헤쳐 나가고 있으니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이유 모를 우울과 불안에 휩싸이는 친구가 있다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다정한 책을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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